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5월 8일 금요일
발행 2026-05-23
AP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 입양된 아이들의 상처와 우리의 책임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 입양된 아이들의 상처와 우리의 책임
미국 AP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입양된 아이들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에 감금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보살핌과 새로운 가정을 찾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낯선 공간에 갇혀 지내는 현실은, 필자의 마음속에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 '가정'이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이들을 돌본다는 명목 아래 이뤄진 행위들은 어떤 심리적 상처를 남겼을까요? 우리는 흔히 입양을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적 역동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애착유형' 형성은 출생 직후부터 부모 또는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한 개인의 전 생애에 걸친 관계 패턴과 정서 조절 능력의 기초가 됩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보울비(John Bowlby)는 아동이 주 양육자로부터 안정적이고 일관된 보살핌을 받을 때 '안정 애착'을 형성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입양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크고 작은 '분리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사건인데, 만약 새로운 가정에서조차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영리 시설에 '감금'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 아이들의 애착 체계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잠시 부모님과 떨어져 외가에 맡겨졌을 때 밤마다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을 기억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심으로 남았으니, 이 아이들이 겪었을 불안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아마도 어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인지왜곡'과 '방어기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인지 행동 치료의 창시자 아론 벡(Aaron Beck)은 개인이 현실을 잘못 해석하거나 비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인지왜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시설에 보내는 것을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거나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식으로 합리화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가 체계화한 '방어기제' 중 '부정'이나 '합리화' 같은 기제가 작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시설에 보내진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부정'하며, 영리 추구라는 본질적 동기를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기 두려워, 거울 자체를 깨버리는 행위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러한 비극을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알게 모르게 조장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시스템의 허점이나 무관심이 개인의 잔인함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영화 '더 큐어'에서 주인공은 치료라는 명목 아래 비인간적인 실험이 자행되는 요양원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시설이 실제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장소였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일부 '영리 목적' 시설들도 유사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이며, '가정'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선해나가야 하는가. 필자는 종종 우리 사회가 너무나 많은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가장 약한 존재들이 시스템의 구멍 속으로 떨어져 고통받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내 안의 괴물'을 직면하게 하며, 어쩌면 우리 안에도 모르는 사이에 '합리화'의 기제가 작동하여 불편한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게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그 유혹을 떨쳐내고, 진정으로 아픔을 나누고 책임질 때가 아닐까요.
외면했던 그림자, 이제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