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5월 9일 토요일
발행 2026-05-23
NYTIMES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힘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해병대원의 어머니가 농구선수 칼-앤서니 타운스의 열렬한 팬이 되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사연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깊은 상실감 속에서 그녀는 스포츠라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찾았습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인간 마음의 회복 탄력성과 상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아마도 세상의 한 조각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듯한 경험일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이러한 예측 불가능하고 압도적인 사건은 '트라우마'로 정의됩니다. 특히 자녀의 상실은 부모에게 가장 깊은 형태의 트라우마로 작용합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우리의 삶이 '애착'이라는 끈으로 엮여 있다고 보았습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부모는 아이에게 깊은 애착을 형성하며 정서적 안정과 생존의 기반을 다집니다. 이 애착 대상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존재를 잃는 것을 넘어, 우리 존재의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과 같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져 불안해하는 '분리불안'처럼, 성인이 겪는 상실 역시 깊은 분리 불안과 고통을 동반합니다. 해병대원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음으로써 자신의 가장 중요한 애착 대상을 상실했습니다. 그 고통은 아마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그 엄청난 슬픔을 견뎌내고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설 수 있었을까요? 그녀가 농구선수 칼-앤서니 타운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심리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자기심리학'에서 '자기대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자기대상은 우리가 자기의 통합성과 활력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는 데 필요한 외부 대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거울처럼 우리의 가치를 비춰주거나, 이상화된 부모처럼 우리에게 힘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칼-앤서니 타운스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아마도 그는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자기대상'의 역할을 수행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선수의 열정적인 플레이에서 아들의 강인함을 보았을 수도 있고, 그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새로운 활력과 목적의식을 부여했을 수도 있습니다. 슬픔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새로운 대상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일종의 '승화'와 유사한 건강한 방어기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슬픔을 억압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전환하는 것이지요. 필자 역시 어린 시절, 아끼던 강아지를 잃고 한동안 큰 슬픔에 잠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엉뚱하게도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 작은 행위가 저에게 큰 위로와 목적의식을 주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대상의 무게는 다르지만, 상실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마음은 비슷합니다. 이 어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녀는 슬픔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줄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삶은 상실의 연속이지만, 동시에 회복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에는 어떤 시련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다시 일어서려는 강력한 본능이 있습니다. 혹시 지금 깊은 슬픔이나 상실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당신의 마음이 어떤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 하는지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회복 탄력성을 믿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