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슬픔, 우리 안의 그림자

최근 영국 매체들은 축구 스타 라힘 스털링 선수가 경기 부진으로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며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때 '잉글랜드의 희망'으로 불리던 그가 보여준 고개 숙인 모습은, 비단 축구 팬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필자는 그의 '슬픔'이라는 단어에서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아픔을 엿보게 됩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성공과 실패에 이토록 몰입하고, 또 그의 슬픔에 공감할까요? 아마도 그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은 '자기대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자기대상'은 우리의 '자기'(self)가 온전하게 기능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타인이나 대상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공감적 반응과 지지가 '자기대상'의 핵심이라면, 성인이 되어서는 타인의 인정, 소속감, 그리고 심지어는 사회적 역할까지도 우리의 '자기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라힘 스털링에게 '잉글랜드의 희망'이라는 타이틀과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그의 '자기'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기대상'이었을 것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눈빛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듯,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았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자기대상'이 흔들릴 때, 즉 기대와 인정이 비난과 질책으로 변할 때, 그의 내면은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흔히 '번아웃'을 경험합니다. '번아웃'은 단순히 육체적 피로를 넘어, 심리적, 감정적 고갈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대 사회의 가속화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성과를 요구받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라는 극한 상황에서조차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했지만,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무의미함'이 번아웃의 주된 원인이 되곤 합니다. 스털링 선수 역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 속에서,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며 심리적 에너지가 바닥나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것은 실망과 비난뿐일 때, 그의 마음은 아마도 깊은 공허감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슬픔과 번아웃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심리적 반응을 보일까요? 아론 벡의 인지치료는 우리의 감정과 행동이 '생각'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이때 우리의 생각은 종종 현실을 비합리적으로 해석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인지왜곡'에 빠지곤 합니다. 예를 들어, '흑백논리', '과잉 일반화', '개인화' 등이 있습니다. 스털링 선수는 아마도 '나는 이제 끝났어', '모든 팬이 나를 싫어해'와 같은 '인지왜곡'에 시달렸을지 모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모든 가치를 잃었다고 여기는 '전 아니면 전무 사고'나, 일부 비난을 전체 팬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과잉 일반화'가 그의 슬픔을 더욱 깊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이 위협받을 때,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방어기제'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여 자아를 위협하는 불안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난에 직면한 스털링 선수는 아마도 '부정'('나는 괜찮아'), '합리화'('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야'), 혹은 '퇴행'하여 어린아이처럼 좌절감에 빠져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는 일시적으로 고통을 덜어주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여 슬픔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이 자신의 실패에 대한 죄책감으로 은둔하며 '나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웅으로서의 '자기대상'이 무너졌을 때 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그에 따른 방어적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스털링 선수 역시 그와 비슷한 심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라힘 스털링의 슬픔은 단지 한 스타 선수의 개인적인 고통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다 지치고, 비난 앞에서 위축되며,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갇히곤 합니다. 필자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고단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