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5월 13일 수요일
발행 2026-05-23
NYTIMES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닐까?'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닐까?'
미국 정치권의 한 인물인 Kash Patel이 민주당 의원들과의 격렬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거짓말과 과도한 음주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였고, 그의 이러한 반응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아니야, 내가 그럴 리 없어'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불편한 진실 앞에서 '아니야'라고 말하게 될까요? 때로는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고개를 젓거나, 혹은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자신을 변호하곤 합니다.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우리 마음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에서는 이를 '방어기제'라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부정'과 '합리화'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먼저 '부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부정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나 위협적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심리적 기제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는 이러한 방어기제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며 인간이 어떻게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접시를 깨뜨린 후 '제가 안 그랬어요!'라고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부정일지도 모릅니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건강 검진 결과에서 예상치 못한 이상 수치를 발견했을 때, 순간적으로 '잘못된 검사일 거야', '나는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부정은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내면의 불편한 진실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동되는 무의식적 방패인 셈입니다. Kash Patel 씨의 강한 부인 역시 어쩌면 자신을 향한 비난이 주는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견디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합리화'는 무엇일까요? 합리화는 자신의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감정을 그럴듯한 이유로 정당화하여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방어기제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는 합리화의 가장 좋은 예시입니다. 높이 달린 포도를 따먹으려다 실패한 여우는 결국 '저 포도는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말하며 돌아섭니다. 필자도 학창 시절, 노력했던 시험에 떨어지고는 '원래 그 과목은 나랑 잘 안 맞았어', '어차피 그 분야는 내 길이 아니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는 실패로 인한 자존감 손상을 막기 위한 무의식적인 자기 위로였던 것이죠. Kash Patel 씨가 자신의 행동을 '강력히 변호'했다고 보도된 부분에서 우리는 이러한 합리화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습니다. 비난받을 만한 행동일지라도, 그 행동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움직임인 것입니다. 물론, 모든 부인이나 변명이 다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실제로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고, 오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가 불편한 진실 앞에서 보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반응입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힘들어할까요? 아마도 그것은 우리 안에 내재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혹은 타인의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부당한 감옥 생활 속에서도 절망을 부정하거나 합리화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내면의 희망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탈출을 계획합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가 불편한 현실에 직면했을 때, 단순히 '부정'하거나 '합리화'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더 건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물론 앤디처럼 거대한 시스템에 맞서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는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Kash Patel 씨의 행동을 비난하기보다는, 그의 행동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도 분명 불편한 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유혹,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합니다.
우리 안의 '아니야'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 잠시 멈추어 그 목소리가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하는지 살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