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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6월 2일 화요일
발행 2026-06-01
경향신문 사회

반복되는 비극, 잊혀진 경고의 심리학

반복되는 비극, 잊혀진 경고의 심리학
대전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졌다는 소식을 접하며 필자는 깊은 탄식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7년여 만에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세 번째 참사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단순한 우연을 넘어선 어떤 ‘반복되는 패턴’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과연 무엇이 이 비극적인 반복을 낳았을까요? 과거의 아픔과 경고는 왜 제대로 학습되지 못하고 잊혀지는 것일까요? 필자는 이 지점에서 '정상화된 일탈'이라는 개념을 떠올립니다. 이 용어는 사회학자 다이앤 본(Diane Vaughan)이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분석하며 제시한 것입니다. 본래 안전 규정에서 벗어난 작은 위험이나 일탈 행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사고 없이 넘어갈 때, 점차 그것이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인식이 조직 전반에 스며들면서 결국 큰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마치 냄비 안의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익숙해지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끓는 물 속 개구리'와 같은 비유가 잘 들어맞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과거 두 차례의 사망 사고 이후에도 '위험 적은 작업'이라는 사측의 판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노조에서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아마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많은 이들이 그 위험을 '정상적인' 일상으로 치부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조직 전체가 위험을 '부정'하고 '합리화'하는 방어기제에 갇혀버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방어기제 중 '부정'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고, '합리화'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상황을 그럴듯한 이유로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고들을 심각한 교훈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어쩔 수 없었다'거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식의 마음속 변명이 쌓여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영화 '체르노빌' 미니시리즈를 보면, 초기 사고 발생 후 소련 당국이 사고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던 모습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과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조직적 압력이 결합되어 결국 상상하기 어려운 대참사로 이어졌죠. 이처럼 '정상화된 일탈'은 개인의 무감각을 넘어 집단 전체의 '인지 왜곡'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위험 신호를 보고도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자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인 맙니다. 그리고 이 착각은 필연적으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우리는 과연 이 비극을 그저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우리 각자의 일상, 혹은 우리가 속한 조직 안에는 크고 작은 '정상화된 일탈'의 씨앗이 심어져 있지는 않은가요? 작은 불편이나 불의를 묵인하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모두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의 공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전은 누군가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위험을 방치하지 않고, 작은 경고에도 귀 기울이며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은 경고에 귀 기울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