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6월 14일 일요일
발행 2026-06-13
경향신문 사회

'부정선거' 외치는 목소리, 그 뒤편의 '진실'

'부정선거' 외치는 목소리, 그 뒤편의 '진실'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부정 선거'를 외쳤습니다.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특정 선거의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연일 이어지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접하며 필자는 문득 오래전 들었던 한 심리학자의 강연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 여긴다'는 말이었지요. 과연 그들의 목소리 속에는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종종 '인지왜곡'이라는 현상을 경험합니다. 이는 객관적인 현실을 논리적 근거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인지치료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론 벡(Aaron Beck) 박사는 이러한 인지왜곡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의 핵심 요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실수 하나를 '나는 완전한 실패자'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마치 안경에 얼룩이 묻어 있으면 세상이 온통 얼룩져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얼룩은 사실 안경에만 있는데, 우리는 세상 자체가 더럽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시위 현장에서 들려오는 '부정 선거' 주장 역시 그러한 '얼룩 묻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곤 하지요. 이를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이라고도 부릅니다. 개개인의 인지왜곡이 모여 '집단사고'로 발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집단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구성원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억제하고, 집단의 합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피그스만 침공 실패나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분석하며 집단사고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고했습니다. 집단 내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워지고, 심지어는 '자기 검열'까지 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거대한 냄비에 담긴 개구리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집단사고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깨닫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이 '진실'이라는 강력한 믿음은 외부의 어떤 합리적인 반박도 '저들의 음모'로 치부하게 만드는 강력한 방어막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 '희생양 메커니즘'을 보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불안과 좌절을 외부의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게 전가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토록 강력하게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 이면에는 사회적 불안감, 소외감, 혹은 특정 정치적 신념에 대한 확고한 믿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혹은 세상이 자신들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부정 선거'라는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저항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필자 역시 때로는 '내가 믿고 싶은 것'에 갇혀 객관적인 시야를 잃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순간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얼룩'을 인식하고 닦아내려는 노력일 테지요. 세상이 복잡하고 불확실할수록 우리는 명확한 답을 찾으려 애씁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보다 '내가 왜 그것을 믿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소리가 아닌, 객관적인 현실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진정한 '심리적 자유'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내 안의 '확증 편향'을 돌아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