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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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발행 2026-06-21
경향신문 사회

믿음과 의심 사이, 우리는 왜 흔들리는가

믿음과 의심 사이, 우리는 왜 흔들리는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던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 초기 주요 참가자였던 2030 청년층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중장년층 참가자들이 주를 이루며, 젊은 세대가 이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필자는 우리가 어떤 믿음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또 언제 그 믿음에 의문을 품게 되는지에 대한 심리적 과정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한 집단이 공유하는 강렬한 믿음이 어떻게 개인의 인식을 왜곡하고, 또 다른 집단과의 분리를 야기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왜 어떤 믿음은 그토록 견고하게 유지되고, 또 어떤 믿음은 쉽게 허물어지는 것일까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집단사고'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사고'(Groupthink)는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제시한 개념으로, 응집력이 높은 집단이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 집단의 화합과 동질성을 우선시하여 비판적 사고를 잃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나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등 역사적 비극 뒤에는 종종 이런 집단사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집단 구성원들은 이견을 제시하면 집단에서 소외될까 봐 두려워하거나,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비판적 생각을 억누르곤 합니다. 우리는 왜 때때로 눈앞의 명백한 사실보다 집단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소속감과 안정감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가 작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시위에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중장년층의 모습은 이러한 집단사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특정 주장을 맹신하는 집단 안에서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쉽게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의 한 형태로, 인지치료의 대가 아론 벡(Aaron Beck)은 우리가 현실을 비합리적으로 해석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사고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자신의 기존 신념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합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자신이 선택한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만 찾아보고, 부정적인 뉴스는 '아니겠지' 하고 넘겨버리는 모습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고 판단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 정해둔 답을 증명하기 위해 주변의 증거를 짜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필자 역시 오래전 한 연구 모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모임에서는 특정 학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강했는데, 필자가 그 학설의 한계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하자,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필자는 어느새 '집단의 이단자'처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필자에게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사회적 연결고리이자 동시에 얼마나 위험한 족쇄가 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내가 틀렸나?' 하고 스스로를 의심했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것은 집단의 '동조 압력'에 대한 저항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경향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타인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성찰하고,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기 위함입니다. 젊은 세대가 '부정선거론'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들이 다른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하고, 집단적 믿음보다 개인적 판단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는 건강한 사회적 비판 의식이 작동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견고한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시야를 얼마나 좁게 만들 수 있는지 깨닫지 못합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내가 믿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세상 모든 믿음에는 그 믿음이 생겨난 배경과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배경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앎'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믿음의 그림자를 스스로 성찰하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