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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6월 23일 화요일
발행 2026-06-22
한겨레 사회

'참교육' 뒤에 숨겨진 '우리'의 그림자

'참교육' 뒤에 숨겨진 '우리'의 그림자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우리 아이 왜 째려봐'와 같은 학부모의 항의와 무리한 민원에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속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던 사적 응징의 심리가 이제는 현실 교실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교사들의 토로가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서로를 향한 불신과 분노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걸까요? 이 현상 속에는 우리 사회의 깊은 심리적 단면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필자는 이 사태를 접하며 문득 오래전 상담실에서 만났던 한 학부모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작은 학교 폭력에 연루되었을 때, 그분은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다'며 교사를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세웠습니다. 필자는 당시 그 학부모의 격렬한 반응 뒤에 숨겨진 불안과 두려움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면에는 좀 더 복잡한 심리 기제가 작동했을 것입니다. 바로 '인지왜곡'이라는 개념 말입니다. '인지왜곡'이란 개인이 현실을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방식으로 해석하는 사고 패턴을 의미합니다. 인지치료의 대가인 아론 벡(Aaron Beck)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 필터'가 때로는 현실을 실제보다 훨씬 더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사가 아이를 훈육하거나 주의를 주는 아주 객관적인 행동도, 학부모의 '인지 필터'를 거치면 '내 아이를 미워한다', '괴롭힌다'는 식으로 왜곡되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죠. 필자의 경험상, 부모에게 '내 아이'는 단순한 자녀가 아니라, 자신의 확장된 자아이자, 때로는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과 불안이 투영된 존재이기에 더욱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쉽게 상대의 의도를 곡해하고, 우리의 아이를 향한 작은 불편함마저 거대한 위협으로 느끼는 걸까요? 아마도 '내 아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우리의 '인지 필터'를 강렬하게 작동시키는 탓일 겁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우리는 '투사적 동일시'라는 다소 복잡한 방어 기제를 만나게 됩니다. 이는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이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이 자신의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나 충동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심지어 그 타인이 전가된 감정대로 행동하도록 무의식적으로 유도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 혹시나 아이가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혹은 과거 자신이 겪었던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 같은 것들이 '교사'에게 투사될 수 있습니다. 부모는 '교사가 우리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 것이다'라는 불안을 교사에게 투사하고, 교사는 이 부당한 비난과 압력 속에서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며 실제로 학생과의 관계에서 위축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는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자신의 투사를 확신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죠.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메두사'처럼, 상대를 괴물로 여기는 시선이 결국 상대를 괴물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개개인의 '인지왜곡'과 '투사적 동일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공간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집단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정 학부모의 불만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거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결국 한 명의 교사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사들은 번아웃을 넘어선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교단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건강한 교육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향한 이해와 신뢰가 위협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내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의 마음과 아이들을 교육하려는 교사의 열정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왜곡되고 투사될 때,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잠시 멈춰, 나와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