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부자 된 사회? 코스피 불장 속 우리의 마음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며 주식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살기도 벅차다'는 푸념이 늘고 있으며, SNS에는 엄청난 수익을 자랑하는 '인증 글'이 넘쳐나지만, 이는 오히려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출근길 지하철에서 주식 관련 뉴스나 성공담을 접할 때마다 묘한 기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나는 왜 저런 기회를 잡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 때가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부를 향해 질주하는 듯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우리가 느끼는 이 씁쓸한 감정의 정체는 아마도 '상대적 박탈감'일 것입니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비교 대상에 비해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객관적인 빈곤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사회학자 스토퍼(Samuel Stouffer)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병사들의 사기를 연구하며 이 개념을 처음 사용했습니다. 오늘날 SNS에서 수많은 '인증 글'을 접하며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집, 내가 가진 자산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깊은 박탈감에 빠지곤 합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은 종종 '인지 왜곡'을 동반합니다. 앨런 벡(Aaron Beck)이 주창한 인지 치료의 핵심 개념인 '인지 왜곡'은 현실을 비합리적으로 해석하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과장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코스피 9000 돌파 소식과 SNS 성공담을 접하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있는데 나만 가난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흑백논리'나 '과잉 일반화'와 같은 인지 왜곡의 한 형태입니다.
실제로 주식 시장에서 큰돈을 번 사람들은 소수이며, 그들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공한 소수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고, 실패한 대다수의 이야기는 애써 외면합니다.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성공을 보편적인 현상인 양 받아들이는 것이죠. 이런 식의 '확증 편향'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듭니다. '나는 왜 저들처럼 되지 못할까?'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무능하다'는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마치 어린 왕자가 수많은 장미꽃밭을 보고 자신의 장미가 특별하지 않다고 실망했던 것처럼, 우리도 타인의 '빛나는 성공'을 보며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실망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어린 왕자는 곧 깨닫습니다. 그 장미가 특별한 것은 그가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우리는 어쩌면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남들처럼 부자가 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에 너무 쉽게 동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우리 사회는 '성공'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한 듯합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과 '인지 왜곡'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는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가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남들이 무엇을 가졌는지에 대한 집착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나만의 속도로 삶을 채워나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풍요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만족감에서 비롯되는 것일 테니까요. 우리 모두의 삶은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닌 고유한 장미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 역시 여전히 누군가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때로는 초조해하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지금 나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라고요.
우리 안의 '비교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우리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용기를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