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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3일 금요일
발행 2026-07-02
경향신문 사회

그들은 왜 '집단'의 이름으로 돌을 던졌을까?

그들은 왜 '집단'의 이름으로 돌을 던졌을까?
요 며칠, 한 고등학교 야구 경기 중 벌어진 사건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같은 구호를 외쳐 지역 비하와 5·18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에 휩싸인 것입니다. 학교는 뒤늦게 사과하고 관련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했지만, 이미 상처는 깊어진 듯 합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의 학생들이기에 단순히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구호에 담긴 의미와 그것이 촉발한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면 마냥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쉽게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때로는 상대방을 향해 날 선 비난을 퍼붓는 것일까요? 아마도 이 현상 속에는 인간 본연의 심리적 기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은 바로 '집단사고'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제시한 '집단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 집단 내의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집단사고가 발생하면 구성원들은 외부의 비판을 차단하고, 자신들의 결정이 옳다고 믿는 '집단적 합리화'에 빠지기 쉽습니다.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닐의 죽음을 두고 서로의 책임을 회피하며 집단의 입장을 옹호하려 애쓰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생들은 아마도 뜨거운 응원 열기 속에서, 그리고 자신들의 행동이 '재미있는 장난' 혹은 '응원 문화'의 일부라는 집단적 믿음 안에서 각자의 비판적 사고를 잠시 내려놓았을 수 있습니다. '다 같이 하는데 뭘', '우리 편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괜찮아' 같은 생각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압도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집단의 강한 응집력과 외부로부터의 위협(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등)은 이러한 집단사고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호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어떤 상처를 줄지에 대한 '현실 검증'을 놓쳐버린 것이 아닐까요? 이와 더불어 '인지왜곡'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인지치료의 대가인 아론 벡(Aaron T. Beck)은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인지왜곡'이라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확증 편향'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하며, '과잉 일반화'는 한두 가지 사건을 근거로 모든 것을 단정 짓는 오류를 뜻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학생들은 아마도 특정 지역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편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재미있는 구호' 혹은 '상대팀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합리화'했을 수 있습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원래 좀 그래', '5·18은 사실 과장된 거야' 같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편향된 시각이 '정신적 필터링'을 거쳐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인지왜곡은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 행동하게 만드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진정한 의미'를 왜곡된 프리즘으로 바라봤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사건이 단지 일부 학생들의 일탈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집단사고'와 '인지왜곡'이 만연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때로는 그것이 '공공연한 농담'처럼 소비되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주 자신만의 '인지왜곡'에 갇혀 타인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얼마나 쉽게 '집단'의 익명성 뒤에 숨어 비판적 사고를 멈추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우리 안의 '집단적 무의식'이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혹은 우리 아이들이, 집단의 열기 속에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을 잊고, 왜곡된 시선으로 타인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치는 순간이 온다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함께'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