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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4일 토요일
발행 2026-07-03
경향신문 사회

우리 안의 혐오, '집단사고'의 덫

우리 안의 혐오, '집단사고'의 덫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학교 앞에는 비판과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긴 화환들이 놓였고, 사건은 징계 수위를 넘어 사회적 혐오의 본질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우리가 집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쉽게 개인의 판단력을 잃고, 때로는 잔인한 행동에 동조하게 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때로 집단 속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분명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이들이, 왜 한데 모여서는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필자는 먼저 심리학의 한 개념인 '집단사고'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집단사고'(Groupthink)는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제시한 개념으로,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를 중단하고, 합의를 추구하는 경향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집단 내의 조화와 일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의구심이나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집단의 결정이 최선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데, 내가 틀릴 리 없잖아?" 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죠. 1961년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 실패 사례는 집단사고의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은 쿠바 침공 작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지 못했고, 결국 참담한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배재고 학생들의 사건을 보며, 우리는 이러한 '집단사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들 중 일부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거나, 그 구호가 담고 있는 역사적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 분위기에 휩쓸려, 혹은 동료들 사이에서 튀지 않기 위해, 그들은 '혐오의 말'을 함께 외쳤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나 양심은 '집단적 무오류성'이라는 환상에 갇히게 됩니다. 이와 함께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입니다. 인지왜곡이란, 우리가 어떤 사건이나 정보를 받아들일 때,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해석하여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편향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거나, 피해자들을 '특정 세력'으로 규정하며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인지왜곡의 형태입니다. '흑백논리', '과도한 일반화', '선택적 추상화'와 같은 인지왜곡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자신들의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집단사고가 팽배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인지왜곡이 더욱 강화되어, '우리'는 옳고 '그들'은 틀렸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굳건히 합니다. 필자는 과거 한 심리상담 사례에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 깊이 몰입했던 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 공유의 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뮤니티 내의 특정 사상에 강하게 동조하게 되었고, 외부의 비판은 모두 '음해'로 치부하며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곤 했습니다. 그의 언어는 점차 과격해졌고, 현실 속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습니다. 이는 '집단사고'와 '인지왜곡'이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안타까운 예였습니다. 결국, 혐오의 말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집단적 심리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착각 속에서 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모였을 때, 과연 어떤 '나'가 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때로는 이토록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집단 속에서 어떤 '나'가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