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5일 일요일
발행 2026-07-04
경향신문 사회

그림자 속 진실, 허위의 유혹

그림자 속 진실, 허위의 유혹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50대 여성 A씨를 구속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정치인들이 성매매와 마약,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한 사람을 이토록 강력하고도 근거 없는 주장에 몰두하게 만들었을까요? 우리 주변에서 가끔 마주하는 이러한 현상 속에는 인간 심리의 복잡한 기제가 숨어 있습니다. 필자는 종종 상담실에서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담자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과 대조해 보면, 그들의 '진실'은 때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나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임상심리학에서 '인지왜곡'이라고 부릅니다. '인지왜곡'은 개인이 현실을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평가하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아론 벡(Aaron Beck)이 인지치료를 발전시키면서 강조한 개념으로,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의 근저에 깔린 핵심적인 인지적 오류들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작은 실수 하나를 가지고 '나는 완전히 실패자야'라고 단정 짓거나(흑백논리), 주변의 긍정적인 상황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선택적 추상화) 경향을 보입니다. 이번 사건의 여성 또한 아마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맞춰 정보를 선택하고, 그 정보들을 자의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진실'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치 거울이 깨지면 내 모습이 일그러져 보이듯, 마음의 거울이 왜곡되면 세상도, 타인도, 심지어 나 자신마저 비뚤게 보일 수 있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이러한 허위 주장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불편한 감정이나 욕구를 외부 대상에게 돌리는 '투사'라는 방어기제도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처음 제시한 '방어기제'는 자아가 위협받을 때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전략들입니다. 그중 '투사'는 자신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 충동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느낄 때, '사실은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이번 사건의 50대 여성은 혹시 자신의 무력감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 혹은 통제할 수 없는 욕망 같은 것을 유력 정치인이라는 '거대한 대상'에게 투사함으로써, 자신의 내적 갈등을 외부의 문제로 치환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아이가 넘어져서 울 때 '나쁜 돌멩이 때문이야'라고 돌멩이를 탓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돌멩이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아이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좌절감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것이죠.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심리적 기제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나 믿음은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개인의 믿음을 강화해 줄 만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이러한 인지왜곡과 투사의 과정을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필자는 종종 우리가 얼마나 쉽게 '확증편향'이라는 함정에 빠지는지 목격합니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그에 반하는 증거는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경향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인지왜곡'과 '투사'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안의 '내 안의 괴물'은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야만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때때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보다, 그럴듯한 거짓에 안주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나의 믿음이 정말로 견고한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환상'이 만들어낸 것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이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부터 진실을 향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진실은 정말 '사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