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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6일 월요일
발행 2026-07-05
경향신문 사회

관계의 폭력, '자기대상'의 그림자

관계의 폭력, '자기대상'의 그림자
경기 고양시의회 A의원이 전 연인의 사생활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한때 사랑했던 연인의 사생활을 무기 삼아 상대를 지배하려 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는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인간 관계의 어두운 단면, 특히 '통제'와 '권력'이라는 심리적 요소가 어떻게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폭력이 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입히고, 심지어 파멸시키려 하는 걸까요?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 합니다. 때로는 상대방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기를 바라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쳐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지배하려는 시도로 변질될 때, 우리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복잡한 방어기제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투사적 동일시'입니다. '투사적 동일시'는 정신역동 이론에서 주로 다루는 개념으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이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이나 충동을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투사'하고, 그 타인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그 감정을 실제로 느끼고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복잡한 심리 과정입니다. 그리고 결국 타인이 그렇게 행동하게 되면, 투사한 사람은 '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며 자신의 투사를 확신하게 됩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말이죠. 한 인물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너는 나를 배신할 거야'라고 속삭이며 몰아붙이다가, 결국 상대방이 지쳐 떠나게 만들고는 자신의 예언이 맞았다고 확신하는 식입니다. 이번 고양시의원 사건에서, A의원은 전 연인 B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과거의 사생활 사진을 이용해 B씨를 협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분노 표출을 넘어, B씨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려는 시도였을 것입니다. A의원 내면에 존재하는 어떤 불안감이나 열등감이 B씨의 과거라는 '약점'을 통해 B씨에게 투사되고, B씨가 그 투사를 통해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A의원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확인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B씨가 느끼는 수치심과 공포는 A의원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 자기 통제감을 느끼게 하는 '동일시'의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인 '자기대상'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이 제시한 '자기심리학'의 핵심 개념인 '자기대상'은 개인이 자기의 응집성과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기능을 제공하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타인이 나의 '거울'이 되어주거나, 내가 '이상화'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어 나의 자기감, 즉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느낌을 유지시켜주는 존재입니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눈을 통해 자신이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듯, 성인도 타인의 인정이나 반응을 통해 자기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인 관계에서 상대방은 종종 강력한 '자기대상'이 됩니다. 상대방의 사랑과 인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존감을 채워나갑니다. 하지만 만약 이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방이 나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거나, 내가 원하는 '자기대상'의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깊은 좌절감과 함께 '자기'가 위협받는다는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A의원에게 B씨는 단순한 연인을 넘어, 자신의 취약한 자기감을 지지해주는 중요한 '자기대상'이었을 수 있습니다. B씨의 '완벽하지 않은' 과거가 드러났을 때, 혹은 B씨가 A의원의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을 때, A의원 내면의 취약한 '자기'가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B씨를 '결함 있는 존재'로 만들고 이를 통해 B씨를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무너지는 자존감을 붙잡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너는 나의 일부이고, 네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나는 무너진다'는 무의식적 메시지가 담겨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 관계는 소유가 아닙니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소유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하거나,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 할 때,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닌 '집착'과 '통제'의 그림자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필자 또한 살면서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하거나, 때로는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이 욕망이 진정 나 자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타인을 통해 채우려는 허기진 마음인가?'를 되묻곤 합니다. 만약 당신이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려 하거나, 상대방의 과거를 들춰내어 지배하려 한다면, 그것이 진정 '사랑'인지, 아니면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자기대상'에 대한 집착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채우려 할 때, 관계는 사랑 아닌 집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