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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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8일 수요일
발행 2026-07-07
경향신문 사회

우리는 왜 약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가

우리는 왜 약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충남 천안의 한 야외 쉼터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이 또래 중학생 7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성적 가혹행위까지 겪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가해 학생 중 2명을 구속하며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 마음속에는 깊은 한숨과 함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인간 본성 깊숙한 곳에 자리한 어두운 그림자와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왜 우리는 때때로 집단 속에서 약한 존재를 향해 무자비하게 돌을 던지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의 한 조각은 '희생양 메커니즘'이라는 심리적 현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집단 내부에 축적된 갈등, 불안, 긴장 등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비난하고 공격함으로써 일시적인 연대감과 평화를 얻으려는 무의식적인 경향을 말합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르네 지라르는 인류 역사를 통해 이러한 '희생양'이 어떻게 공동체의 폭력성을 흡수하고 재생산해왔는지를 통찰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제의적인 희생양을 바치며 공동체의 응집력을 다졌듯이,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종종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공격함으로써 '우리'의 순수함을 지키려는 듯 보입니다. 학교 폭력 상황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은 집단의 불안이나 분노, 혹은 그저 따분함과 무료함을 해소할 손쉬운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아마도 '다름'이 곧 '약점'으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필자가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한 청소년은 "쟤는 원래 그런 애라서"라며 자신의 괴롭힘을 합리화하곤 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피해자를 '희생양'으로 낙인찍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무의식적인 기제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희생양 메커니즘'이 발동하는 데는 '집단사고'라는 또 다른 심리적 현상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Janis는 '집단사고'를 집단의 응집력이 강할수록 비판적 사고나 대안적 의견 제시가 억압되고, 집단의 합의를 향해 맹목적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현상으로 정의했습니다. 소년들의 집단 폭행은 아마도 이러한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예일 것입니다. 한두 명의 주동자가 폭력을 시작하면, 다른 학생들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주저하더라도 집단의 압력에 휩쓸려 동조하게 됩니다. '나만 아니면 돼' 혹은 '쟤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해'라는 생각은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죄책감을 '부정'하는 강력한 방어기제로 작용합니다. 프로이트가 말했듯, '부정'은 개인이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 사용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어기제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한 건 폭력이 아니었어, 그냥 장난이었지", "쟤가 워낙 둔해서 괜찮아"와 같은 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인식을 회피하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일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영화 '파리대왕'에서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점차 문명과 이성을 잃고 원시적인 폭력 집단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통제되지 않는 '집단사고'와 '희생양 메커니즘'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에도 잠재된 '내 안의 괴물'을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해봅니다. 결국 이러한 비극은 '공감 능력'의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지 못하고,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훼손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러한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단순히 처벌만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부끄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필자 자신도 '그저 그런 일'이라며 애써 '부정'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약한 자를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성찰하고 대화해야 할 때입니다.
약한 자를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