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의 경계, '심리적 소유감'의 덫

방송인 박나래 씨가 전 매니저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7개월 만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때 큰 사랑을 받던 유명인의 이름 옆에 '갑질'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우리에게 씁쓸한 기분을 안겨줍니다. 과연 '갑질'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인성 문제일까요, 아니면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 결과일까요?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며 '심리적 소유감'이라는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심리적 소유감'이란 어떤 대상이 법적, 물리적으로 나의 소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것'이라는 강한 감각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사무실의 내 책상,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건, 심지어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나 팀원들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은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어 왔는데, 특히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나 팀에 대한 소유감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내 것'이라고 외치며 다른 아이의 손에 있는 것을 빼앗으려는 모습은 이 심리적 소유감의 원초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내 팀원', '내 직원'이라는 표현 뒤에 숨어, 그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해 과도한 통제를 하려는 욕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적 소유감이 타인의 '자기결정성'을 침해할 때 발생합니다. '자기결정성 이론'은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제시한 개념으로, 인간이 본질적으로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로 '자율성', '유능감', 그리고 '관계성'입니다. '자율성'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고 싶은 욕구, '유능감'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느낌과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관계성'은 타인과 연결되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입니다.
이 세 가지 욕구는 마치 식물이 햇빛과 물, 영양분을 필요로 하듯, 우리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기능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갑질'을 할 때, 이 세 가지 핵심적인 욕구는 송두리째 흔들리게 됩니다. 매니저의 입장에서 보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통제는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자율성'을 빼앗아 갑니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비난하는 태도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유능감'을 꺾어버리고,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무력감에 빠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존중 없는 관계는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되고 싶은 '관계성'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두려움과 불신, 고립감을 남기게 됩니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라는 현상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심리적 소유감'이 타인의 '자기결정성'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억압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 사람일수록, 혹은 나보다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들에게 나의 의사를 강요하거나 그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이는 마치 보호자의 역할이 지나쳐 아이의 모든 것을 대신 결정하려 드는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누군가의 '갑'이 될 수도, 또 누군가의 '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역할이나 지위가 타인의 '자율성'과 '유능감', 그리고 '관계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머무르는 지점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입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 편집장은 자신의 비서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며 그녀의 삶을 통제하려 들지만, 결국 앤디는 자신의 '자율성'을 찾아 미란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의 삶에 대한 그릇된 '심리적 소유감'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각자의 '자기결정성'을 지지해 줄 때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권한이 혹 타인의 마음을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 한 번쯤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계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며, 진정한 존중과 성장을 위한 길은 무엇인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관계의 경계를 성찰하고, '자기결정성'을 존중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