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12일 일요일
발행 2026-07-11
경향 사회

‘천국행 티켓’을 꿈꾸는 뇌의 보상회로

‘천국행 티켓’을 꿈꾸는 뇌의 보상회로
지난주, 제1232회 로또 1등 당첨 번호가 발표되었습니다. ‘12, 15, 19, 22, 24, 36’. 이 숫자들이 누군가에게는 25억 원이 넘는 ‘인생 역전’의 기회를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매주 복권을 사는 걸까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놀랍도록 효율적인 보상 추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습관 형성과 보상회로'라고 부릅니다. 이는 특정 행동이 보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의미합니다. 뇌의 쾌락 중추인 '측좌핵'을 중심으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우리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고, 그 행동을 다시 하도록 동기 부여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회로에 대한 이해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발전과 함께 깊어졌습니다. 특히 B. F. 스키너와 같은 학자들은 동물이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을 받을 때 그 행동이 강화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상이 '언제' 주어지는가 하는 방식입니다. 보상이 매번 주어지는 '연속 강화'보다,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하게 주어지는 '간헐적 강화'가 훨씬 더 강력하게 행동을 유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슬롯머신이나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알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언제 보상이 터질지 모르는 그 '기대감'이 우리의 행동을 끈질기게 붙잡아 둡니다. 필자 역시 오래전, 가끔 로또를 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첨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손에 쥐어진 작은 종이 한 장이 주는 '설렘'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퇴근길 편의점에서 무심코 집어 든 복권은 한 주간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작은 '희망'의 씨앗 같았죠. 번호를 맞추는 행위 자체는 지극히 낮은 확률의 게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작은 보상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기대감'이라는 보상 말입니다. 로또가 바로 이 '간헐적 강화'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아주 낮은 확률로,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엄청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불확실성이 오히려 우리의 뇌를 더욱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뇌는 '보상 그 자체'보다 '보상에 대한 기대'에서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로또 당첨이라는 '결과'를 좇는 동시에,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라는 감정적 보상을 매주 구매하는 셈입니다. 이 기대감은 우리에게 일상 속 작은 탈출구이자, 한 번쯤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인생 역전'의 가능성을 꿈꾸게 합니다. 우리에게 로또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단순한 숫자 게임을 넘어, 지루하고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부여하는 '희망'의 상징일 것입니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며 우리 내면의 깊은 욕구, 즉 '가능성'을 탐색하고 '보상'을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이 강력한 보상회로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로또 같은 우연한 행운만을 좇는 대신, 우리의 삶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보상과 성취를 가져다줄 행동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또한,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행운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보상'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만족은 노력에서 오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