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발행 2026-07-12
경향 사회

말과 침묵 사이, 마음의 '에너지 절약법'

최근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자, 온라인 공간에서 누리꾼들이 위법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떤 이들은 외국 서버를 사용하는 커뮤니티로 '사이버 망명'을 택하고, 또 어떤 이들은 '~라고 주장'과 같은 간접화법을 사용하는 등 스스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접하며 필자는 문득 우리 마음속에도 일종의 '안전장치' 혹은 '에너지 절약 모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 놓이곤 합니다. 이때 우리 마음은 어떤 원리로 움직일까요? 그리고 때로는 불편하고 어색한 행동까지 감수하게 만드는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아마도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부조화' 개념이 그 실마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인지부조화란, 우리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모순되는 '인지'(생각, 신념, 태도, 행동 등)를 가질 때 경험하는 심리적 불편감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자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불편함 같은 것이지요. 이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거나(금연), 신념을 바꾸거나(담배가 생각보다 해롭지 않다), 혹은 새로운 인지를 추가하여(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부조화를 해소하려 합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누리꾼들이 겪는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자유롭게 나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신념과 '법적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심리적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 불편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누리꾼들은 자신의 표현 방식을 바꾸거나(간접화법 사용), 플랫폼을 바꾸는(사이버 망명) 등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이는 자신의 내적 신념과 외적 행동 사이의 불일치에서 오는 긴장을 줄이려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심리적 기제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개념입니다. 1980년대 사회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가 제시한 이 개념은, 인간의 뇌가 가능한 한 적은 인지적 노력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우리의 뇌는 제한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심사숙고 과정보다는 빠르고 단순한 지름길을 택하곤 합니다. 마치 지갑 속 돈을 아껴 쓰는 '구두쇠'처럼, 인지적 에너지를 절약하려 한다는 뜻입니다. 온라인에서 글을 쓸 때마다 개정된 법률의 모든 조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자신의 표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지 안 될지를 일일이 따져보는 것은 엄청난 인지적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마치 복잡한 미로를 매번 처음부터 탐색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수고를 덜기 위해, '우리'는 아마도 가장 안전하고 에너지가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즉, 아예 외국 서버로 옮겨가거나, 애초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표현을 피하고,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 '~라고 주장'처럼 한 발 물러선 간접화법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는 복잡한 법적 판단의 부담을 줄이고,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인지적 구두쇠'의 현명한 전략인 셈입니다. 물론 이러한 심리적 기제는 개인에게 '안전'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유로운 표현이 위축되고 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이 느끼는 '안전'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때로는 그 효율성이 더 큰 가치를 침해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마음의 '에너지 절약법'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