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결정하는가?
서울 한강 야외 수영장에서 한 시민이 수영복 차림으로 쉬는 모습이 다른 사람의 소셜 미디어 '릴스'에 담겨 논란이 일었습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영상에 등장하게 된 사람들은 불쾌감을 표했고, 촬영자는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논쟁거리를 던져 주었지요.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의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자기 이미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비교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한다고 보았지요. 특히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이 비교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타인의 멋진 모습, 화려한 일상을 보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때로는 그 비교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스스로를 부족하게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내가 원치 않는 모습이 타인의 '콘텐츠'가 되어버릴 때 발생합니다. 한강 수영장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의 모습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 영상이 타인의 의도에 따라 편집되고 배경 음악까지 깔려 '밈'처럼 소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에게 깊은 불쾌감과 함께 '자기 결정권'의 침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는데, 누군가 불쑥 나타나 내가 준비되지 않은 순간의 사진을 찍어 온 세상에 퍼뜨리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비춰지고 싶은지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불안해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정체성 경제'라는 개념과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조지 아컬로프와 레이첼 크랜턴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경제적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에 대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소셜 미디어 시대에 '자기 이미지'는 일종의 '자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잘 관리된 프로필 사진, 세련된 일상 영상은 곧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때로는 사회적 자본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의 통제를 벗어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마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자산의 일부가 훼손되거나 도용당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나'라는 존재가 타인의 시선에 의해 규정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아마도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공유할 때, 한번쯤은 '내 영상에 담긴 저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하고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의 '자기 이미지'에 대한 존중은 결국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정의하고 표현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시선에 나의 '정체성'을 온전히 내어줄 의무는 없습니다. 진정한 '나'는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내 안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타인의 '프레임'이 아닌, 내 안의 '나'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