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괴물'을 록에 싣다
가수 권진아 씨가 세 번째 미니앨범 '세이브 미'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마음 가장 깊은 이야기는 록으로 해야 했다'고 말하며, 신곡에 '자기혐오'와 '거식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감미로운 발라더로 익숙했던 그녀가 강렬한 밴드 사운드의 록 음악으로 돌아온 데에는, 아마도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담아낼 새로운 그릇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며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혐오'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기혐오'는 단순히 자존감이 낮은 상태를 넘어, 자신을 적극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마치 나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끊임없이 '네가 문제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죠. 프로이트는 이러한 현상을 '초자아의 가혹함'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사회적 규범이나 이상적인 자기상에 미치지 못할 때 스스로를 가혹하게 처벌하려는 경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공격은 때로는 거식증과 같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영화 '블랙 스완'의 주인공 니나(나탈리 포트만 분)가 완벽한 발레리나를 꿈꾸며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도 때때로 스스로를 너무나도 잔인하게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진아 씨가 자신의 가장 깊은 이야기를 '록'으로 표현해야 했다는 고백은 '메타인지'의 중요한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 즉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존 플라벨(John Flavell)이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권진아 씨는 단순히 '자기혐오'를 느끼는 것을 넘어, 그 감정의 강렬함과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담아낼 가장 적합한 표현 방식을 찾아낸 것입니다. 발라드의 서정성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내면의 '뒤틀린 마음'을 '전자기타 디스토션'이라는 격렬한 사운드로 풀어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는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언어'를 찾아내는 고도의 자기 이해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나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그릇을 찾는 일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아마도 그것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나아가 건강한 '습관 형성과 보상회로'를 만드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자기혐오와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은 종종 파괴적인 행동이나 사고의 굴레를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권진아 씨처럼,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그것을 건설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통로를 찾는다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보상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격렬한 록 음악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는 행위 자체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치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죠. 이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승화(sublimation)'라는 방어기제의 건강한 발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음악이라는 예술적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그녀는 자기 파괴적인 충동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낸 것입니다.
필자 역시 때때로 스스로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과연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곤 합니다. 권진아 씨의 이야기는 우리 각자에게 '나의 내면을 표현할 나만의 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것이 일기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주는 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용기일 것입니다.
당신의 내면은 어떤 '록'을 연주하고 싶어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