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21일 화요일
발행 2026-07-20
경향 문화

완벽의 무대 뒤, 우리 몸의 속삭임

유명 가수의 콘서트 연기 소식은 종종 우리에게 아쉬움과 함께 궁금증을 안깁니다. 특히 이번에는 가수 겸 배우 아이유 씨가 '고질병 악화'로 예정된 콘서트와 앨범 발매를 잠정 연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소속사는 아이유 씨가 고막 안쪽 이관이 비정상적으로 개방되는 '이관개방증' 증상으로 인해 '밤낮으로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대 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던 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야 하는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문득 '완벽주의'라는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완벽주의는 단순히 일을 잘하려는 건강한 노력을 넘어, '실패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과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높은 기준'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아티스트와 같이 대중의 평가에 민감한 직업군에서 흔히 발견되곤 합니다. 무대 위에서 단 하나의 음정이라도 흔들리면 안 된다는 강박,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선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때로 스스로를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이게 만듭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학생은 완벽한 성적을, 직장인은 완벽한 업무 성과를, 부모는 완벽한 양육을 꿈꾸지요. 하지만 이러한 완벽주의는 때로 '내 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간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필자의 경험담을 잠시 들려드리자면, 한때 필자 역시 강연이나 상담 세션에서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박에 시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작은 목 통증에도 '이것 때문에 필자의 전문성이 훼손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휩싸였지요. 마치 작은 균열 하나라도 생기면 전체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고 믿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쉬고, 몸살 기운이 도는 와중에도 '완벽하게' 해내려 애쓰다 결국 더 큰 탈이 난 경험을 통해 필자는 '완벽함'의 기준을 재정의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직한 신호를 보냅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정신력'만으로 버티려 할 때, 몸은 결국 더 큰 목소리로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시련을 견뎌내는 것을 넘어, 어려움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그 경험을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아이유 씨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보는 결정은 어찌 보면 '완벽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이는 결코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더 건강하게 지키고, 장기적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기 위한 현명한 '전략'이자 '회복탄력성'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예상치 못한 균열'을 마주하게 됩니다. 완벽하게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거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거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 말입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이것은 나의 실패다'라고 자책하거나,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잠시 멈춰 서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그 신호는 우리에게 '완벽함'이 아닌 '유연함'을, '성과'가 아닌 '돌봄'을 가르쳐주는 소중한 안내자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도예가가 깨진 그릇을 금으로 이어 붙여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킨츠기'처럼, 우리 또한 삶의 균열을 통해 더욱 깊고 단단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의 '완벽주의'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좌절하게 만들 때, 다시 한번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작은 속삭임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 속삭임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회복탄력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첫걸음일 테니 말입니다.
스스로에게 완벽을 강요하기보다, 유연함과 돌봄을 선물하는 우리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