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7월 25일 토요일
발행 2026-07-24
경향 문화

‘릴스’에 잠식된 주말,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릴스’에 잠식된 주말,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최근 한 언론에서 '이번 주말도 릴스만 보다 끝났네!'라는 다소 자조적인 기사를 보았습니다. 책 한 페이지 읽지 못하고 짧은 영상에 시간을 허비하는 직장인들의 경험을 조명하며, 그 원인을 개인의 나태함이 아닌 사회의 '노동문화' 탓으로 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필자 역시 주말 저녁이면 '또 유튜브만 보다가 하루가 갔네' 하고 후회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짧은 영상에 쉽사리 시간을 내어주고 마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짧은 영상들은 우리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스크롤 한 번으로 새로운 영상이 나타나는 구조는 우리 뇌의 '습관 형성과 보상회로'를 강력하게 자극합니다. 뇌는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을 예측하고 경험할 때 강화되는 신경학적 경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슬롯머신처럼, 다음 영상이 어떤 '재미'를 줄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강한 중독성을 만듭니다. 짧은 영상은 즉각적인 '도파민 보상'을 제공하며 뇌를 자극하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자극을 갈구하게 됩니다. 이런 보상 회로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나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 같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큰 틀에서 볼 수 있지만, 최근 뇌 과학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음의 '재미'를 갈구하는 것일 겁니다. 바쁜 일상과 과도한 정보 속에서 우리 뇌는 '에너지 절약 모드'에 들어갑니다. 사회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가 제시한 '인지적 구두쇠'라는 개념이 바로 이를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는 가능한 한 적은 인지적 노력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복잡한 사고보다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선호합니다. 책 읽기처럼 깊은 집중을 요구하는 활동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짧은 영상은 수동적으로 보기만 해도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니, 뇌는 자연스럽게 쉬운 길을 택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게을러서' 책을 멀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뇌가 본능적으로 '에너지 절약 모드'에 들어간 것일까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삶에서 '몰입'의 시간을 빼앗아갑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정의한 '몰입'은 어떤 활동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도전과 기술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이 경험은 우리가 짧은 영상에 '끌려다니는' 것과는 다릅니다. '몰입'은 우리가 스스로 활동을 주도하며 에너지를 쏟아붓는 능동적인 경험입니다.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운동을 할 때처럼,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얻는 깊은 만족감이죠. 짧은 영상은 순간적인 자극을 주지만, 진정한 의미의 '몰입'을 경험하기는 어렵습니다. 뉴스 기사가 지적했듯, 이러한 현상 뒤에는 우리의 '노동문화'가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의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가 충족될 때 내적으로 동기화되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과도한 노동문화 속에서 우리는 '자율성'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주말마저 피로에 지쳐 스스로 원하는 활동을 선택하기보다, 가장 쉬운 '도파민 보상'에 이끌리는 것이죠. 이는 우리의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고, 결국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휴식과 성장을 위한 활동을 '선택'할 자율성을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요? 필자 역시 때로는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씁쓸해지곤 합니다. 다음 주말에는 잠시 '인지적 구두쇠'의 유혹에서 벗어나, '몰입'의 기쁨을 선사하는 활동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한 뼘 더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화면 밖, 당신의 몰입은 안녕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