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8월 2일 일요일
발행 2026-08-01
경향 사회

30억의 꿈, 우리는 왜 그 숫자에 매달릴까?

30억의 꿈, 우리는 왜 그 숫자에 매달릴까?
지난 주말, 제1235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6, 7, 11, 15, 39, 43'이라는 행운의 숫자를 맞춘 9명이 각 3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주인공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마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이 숫자를 보며 잠시나마 '내가 저 9명 중 한 명이었다면' 하는 달콤한 상상에 빠져들었을 겁니다. 필자 역시 매번 이맘때면 무심코 로또 판매점 앞을 서성이게 되는 '우리' 중 한 명입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희박한 확률의 게임에 기대와 욕망을 투영하는 걸까요? 그 이면에는 흥미로운 심리적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확증편향'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찾고, 해석하고, 기억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인지 심리학에서 활발히 연구되어 왔는데, 행동 경제학의 대가인 대니얼 카너먼이나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에서도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로또를 살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당첨됐대', '이번엔 정말 촉이 좋아' 같은 이야기에만 귀 기울입니다. 수천만 명의 낙첨자가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몇 안 되는 당첨자 사례만을 기억하며 '나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하죠. '이번 주 로또 1등은 몇 명'이라는 기사를 읽을 때, 필자의 머릿속에도 '나만 빼고 다 되는 것 같은' 묘한 기대와 함께, 결국 나도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합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뇌가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사회비교이론'도 우리가 로또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비교이론'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려 합니다. 로또 당첨 소식은 특히 '나만 빼고'라는 감정을 강하게 불러일으킵니다. 9명이나 되는 당첨자들의 소식을 들으면 '왜 나는 저기에 없지?' 하는 상향 비교를 하게 되고, 이는 때로는 부러움이나 박탈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로또를 전혀 사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비교에서 자유롭거나, '저 돈으로 다른 걸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는 식의 하향 비교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필자 역시 친구가 복권에 당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언제쯤 저런 행운이 올까' 하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인정받고 싶고, 더 나은 위치에 서고 싶은' 욕구의 반영일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심리적 기제는 우리가 로또라는 '희박한 확률의 게임'에 계속해서 참여하게 만드는 주된 동력이 됩니다. '확증편향'은 당첨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게 하고, '사회비교이론'은 타인의 행운을 보며 우리 자신의 결핍을 느끼게 해,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또다시 로또를 찾게 만드는 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듯합니다. 결국 로또 1등 당첨이라는 소식은 단순히 숫자의 조합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욕망과 인지적 함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거울인 셈입니다. 우리는 왜 30억이라는 숫자에 그렇게 매달리는 걸까요? 아마도 그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가져다줄 '자유'나 '인정', 혹은 '걱정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일 겁니다. 진짜 행운은 어쩌면 그 숫자를 쫓는 과정이 아니라, 내 안의 진정한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현실에서 건강하게 채워나가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30억짜리 꿈'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