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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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8월 3일 월요일
발행 2026-08-02
경향 문화

현실 외면의 비극, 부모의 '인지부조화'

현실 외면의 비극, 부모의 '인지부조화'
경향신문 기사는 일본의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영화는 조현병을 앓는 누나 마사코 씨와 그녀의 병을 25년 동안 외면했던 의사 부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전문성을 가진 부모가 자녀의 명백한 병을 왜 그토록 오랫동안 '부정'할 수 있었을까요? 필자는 이 안타까운 사연 속에서 우리 마음의 한 가지 묘한 작동 방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때로 마주하기 힘든 진실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특히 그 진실이 우리 자신, 혹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완벽함'에 흠집을 낼 때 더욱 그렇습니다. 마사코 씨의 부모님은 분명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사'라는 직업적 정체성,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적인 가족'이라는 이상적인 틀 안에서, 자녀의 정신 질환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을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지부조화'라는 심리적 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 태도, 행동 간에 불일치가 있을 때 심리적 불편함을 경험하며,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를 바꾸거나, 상황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해소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사코 씨의 부모님은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사로서 자녀의 증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유능한 의사'이자 '훌륭한 부모'라는 '정체성'에 큰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는 불안을 느꼈을 겁니다. 이러한 인지적 불일치에서 오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그들은 '병이 아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다'와 같은 '부정'의 방어 기제를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의식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기제에 가깝습니다. 마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어"라고 합리화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합리화는 잠시의 심리적 평화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유지는 때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합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개인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타인에게 비치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정체성 경제'라는 개념을 직접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이 가족의 사례는 개인이 속한 집단, 즉 '가족'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특정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어떻게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가족은 문제가 없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이다'와 같은 자기 개념을 유지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밀쳐내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정신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때로 재정적 어려움, 관계의 문제, 혹은 개인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것이 우리의 '자존심' 혹은 '사회적 평판'에 금이 갈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 질환은 여전히 '낙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 자체의 고통보다 사회적 시선이 더 두려워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필자 역시 상담실에서 가족의 문제나 자신의 어려움을 애써 외면하고 괜찮은 척 살아가는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그분들은 '나는 강해야 한다', '내 가족은 완벽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적인 '신념'에 갇혀, 결국에는 더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진실을 외면하는 데 드는 심리적 에너지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안과 우울은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마사코 씨의 누나가 25년 만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가족 중 누군가가 마침내 '부정'의 껍질을 깨고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겠지만, 동시에 '회복'의 첫걸음이었을 겁니다. 진실을 인정하는 용기야말로 우리를 얽매는 심리적 부조화의 사슬을 끊고, 진정한 치유와 성장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첫 단추입니다. 필자 역시 살아가면서 마주하기 싫은 진실과 불편한 현실 앞에서 애써 고개를 돌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진실을 똑바로 바라볼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때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와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식일 테니 말입니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데 드는 대가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