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8월 9일 일요일
발행 2026-08-08
한겨레 사회

위험 속 빛난 용기, 우리 안의 '자기효능감'

위험 속 빛난 용기, 우리 안의 '자기효능감'
최근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를 돕다 다친 고등학생이 마침내 국가로부터 '의상자'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당시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안전을 뒤로하고 타인을 돕기 위해 나선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 청년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우리 중 대부분은 그런 상황에서 망설이거나 주저했을 것입니다. 필자는 임상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중에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며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작은 용기 하나가 상상 이상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 고등학생의 사례는 바로 그 '작은 용기'가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행동을 단순한 '용기'라고 말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이 용기의 이면에 중요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바로 '자기효능감'입니다. '자기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거나 어떤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을 뜻합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이 개념을 사회학습이론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개인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얼마나 노력하며 어려움을 얼마나 잘 견뎌낼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나는 이 상황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내면의 확신이 있었기에 그 학생은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은 지적 능력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강한 믿음과 순수한 마음으로 수많은 역경을 헤쳐나갑니다. 그는 '나는 달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미식축구 선수가 되고, '나는 새우잡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처럼 '자기효능감'은 단순히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넘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입니다. 이 고등학생 역시 '내가 나서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타인을 돕다 다치는 일은 그 자체로 큰 시련이며, 때로는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까지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또 다른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역경과 시련을 겪은 후에도 다시 일어서고, 심지어 그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초기 스트레스 연구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에미 워너(Emmy Werner)가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아이들을 장기 추적 연구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성장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밝히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휘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회복탄력성'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혹은 찌그러진 캔이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려 애쓰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상처받아 움츠러들었다가도 다시 펴지려 노력하는 속성을 지닙니다. 이 고등학생 역시 사고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을지라도, 스스로의 용감한 행동에 대한 자부심과 주변의 격려를 통해 그 상황을 극복하고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과연 이러한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이 없을까요? 필자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그 씨앗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고 키워낼 기회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때로는 작은 성공 경험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 때로는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이 이 씨앗을 싹 틔우고 자라게 할 것입니다. 이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전체에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회적 전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귀한 본보기가 되어줄 듯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 또한 때로는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존재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안의 '자기효능감'을 믿고,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다시 일어설 '회복탄력성'을 상기하는 건 어떨까요.
우리 안의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믿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