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8월 15일 토요일
발행 2026-08-14
경향 문화

아픔을 넘어, 삶을 선택하는 용기

아픔을 넘어, 삶을 선택하는 용기
최근 한 방송에서 시한부 또는 투병 경험을 가진 2030 청춘들이 서로의 '항암일지'를 공유하며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처럼 설렘 가득한 만남을 이어가면서도, 때로는 자신의 아픈 기록을 담담히 꺼내 보이며 서로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모습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삶은 때로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을 안겨줍니다. 질병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선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지요. 아마도 이들은 '회복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중일 것입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심리학에서 개인이 역경, 트라우마, 비극, 위협 또는 중대한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했을 때 잘 적응하는 과정이자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단순히 고통을 견뎌내는 것을 넘어,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힘을 의미하지요. 일찍이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이 의미를 찾고 삶의 의지를 이어갈 수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곧 고통을 초월하는 힘이 된다고 보았지요. 수용소의 비참함 속에서도 하늘의 노을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희망을 붙잡았던 그의 경험은 인간의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줍니다. 마치 척박한 땅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이들은 질병이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관계의 씨앗을 심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항암일지'라는 삶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용기는 타인과의 깊은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다시금 긍정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도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안의 '회복탄력성'을 찾아내고 믿는 것이 중요함을 이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특히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선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기결정이론'의 중요한 축인 '자율성'과 '관계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은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자율성', 타인과 의미 있는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관계성', 그리고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루려는 '유능감'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를 타고난다고 보았습니다. 이 욕구들이 충족될 때 우리는 내재적 동기를 얻고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투병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어쩌면 자신의 삶에서 '자율성'을 강력하게 되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병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한동안 억압되었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여 줄 '관계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일 것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옷을 고르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듯이, 이들은 자신의 조건과 상황 속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들의 데이트는 단순히 이성과의 만남을 넘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진정한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인 듯 보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과정은 깊은 '관계성'을 형성하고, 이는 다시금 스스로의 삶을 '자율적'으로 이끌어갈 힘을 선물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어쩌면 이러한 '자율성'과 '관계성'을 갈구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병이 있든 없든,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살고 있는가?', '나의 관계들은 나에게 진정한 자율성과 유능감을 주고 있는가?' 하는 질문들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유한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 유한함 속에서 필자 역시 때로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과 진솔한 관계 맺기를 보며, 우리 안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나다운 삶'을 향한 '자율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진정한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용기 있는 여정을 이어가기를 응원합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용기 있는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