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8월 22일 토요일
발행 2026-08-21
경향 문화

'좋아요'와 '별점', '나'를 잃는 '자율성'의 대가

최근 한 책이 소셜미디어의 '좋아요'와 '별점'이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신분'을 형성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이 평가 시스템에 참여하며,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데이터로 계층화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평가받고 평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나'라는 주체성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요? 필자 역시 종종 소셜미디어의 바다에서 길을 잃곤 합니다.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에 달린 '좋아요' 숫자에 하루 기분이 좌우되거나, 열심히 쓴 글이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면 왠지 모르게 허탈해지는 경험은 비단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디지털 등급표'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마도 '자기결정이론'과 '사회적 전염'이라는 심리학적 렌즈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자기결정이론'은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즉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1970년대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이라는 심리학자들이 주창한 이 이론은, 외부적 보상이나 압력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때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어린아이가 그저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듯이, 우리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동기에 따라 움직일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죠. 하지만 '좋아요'와 '별점'의 세계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무언가를 올릴 때 '과연 몇 개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느낍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취미 활동도, 타인의 평가에 따라 '유능감'을 확인받으려는 수단이 되거나,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한 의무감으로 변질되곤 합니다. 마치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어느 순간 '칭찬받기 위한 숙제'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우리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내면의 동기를 외부의 보상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타인에게 '좋아요'를 받기 위해 하는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나'로부터 멀어지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은 일시적일 뿐, 근본적인 허무함을 남기기 쉽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평가는 '사회적 전염'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됩니다. '사회적 전염'이란 생각, 감정, 행동 등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류학자 루시안 레비 브륄은 원시 사회의 '집합적 표상'을 통해 이러한 집단적 사고의 전염성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전염의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좋아요'를 많이 받는 콘텐츠를 선망하고, 자신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비슷한 행동을 모방하면서, '좋아요'와 '별점' 문화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갑니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가상의 세계에 참여하지 않으면 왠지 뒤처지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좋아요'를 갈구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 좋다고 느끼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에 시달리는 듯합니다. 마치 유행하는 패션을 따르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필자 역시 '좋아요'와 '별점'의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때로는 필자의 칼럼에 달리는 댓글이나 공유 횟수에 은근히 신경 쓰고, 더 많은 독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를 느낍니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정 욕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욕구가 '나'라는 주체성을 잠식하는 순간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좋아요'와 '별점'이라는 달콤한 보상에 매달려, 정작 중요한 '나'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면의 만족과 성장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에 가까운 길이 아닐까요? '좋아요'와 '별점'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잠시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진정한 '나'를 위한 '좋아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