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8월 27일 목요일
발행 2026-08-26
경향 문화

무대 위의 '나', 당신의 '무대'는?

“한동안 ‘노래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나는 누구인가’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하고 싶은 거였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수 양수경 씨가 34년 만의 전국 투어 소식을 전하며 털어놓은 솔직한 고백입니다. 오랜 시간 무대를 떠났던 한 가수의 이야기는, 단지 연예인의 컴백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필자는 그녀의 말에서 잊고 지냈던 우리 안의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역할과 책임 속에서 때로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질문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양수경 씨의 경우, 한때는 '잊혀지길 원했다'는 고백처럼, 잠시 자신의 정체성과 열정을 뒤로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를 다시 무대로 이끈 것은 '노래가 하고 싶은' 본연의 욕구였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다시 발견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는 마음은 심리학에서 '자기효능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캐나다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제시한 개념으로, 특정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넘어,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인 것이지요. 이 믿음은 우리의 행동 선택, 노력의 정도, 그리고 역경에 직면했을 때의 인내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결국 페달을 밟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아마 금세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양수경 씨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무대에 서기로 결심한 것은, 비록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을지라도, 결국 '나는 여전히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내면의 자기효능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그녀의 마음속에는 과거의 성공 경험들이 단단한 초석이 되어주었을 테지요. 이 믿음이 없었다면, '무대 욕심'이라는 말은 그저 허황된 바람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이 자기효능감이 발휘될 때, 우리는 종종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몰입은 헝가리계 미국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정립한 개념으로, 어떤 활동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에 대한 의식마저 잊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운동선수가 경기에 완벽하게 집중하거나,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혹은 작가가 글을 쓸 때 느끼는 그 황홀한 경험이 바로 몰입입니다. 이때 우리는 과제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들며, 외부 보상과는 관계없이 순수한 만족감을 얻습니다. 양수경 씨가 '노래가 하고 싶었다'고 말했을 때, 이는 단순히 명성이나 돈을 바라는 것을 넘어, 노래를 부르는 행위 그 자체에서 오는 깊은 기쁨과 충만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무대 위에서 온전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노래와 하나가 되는 순간, 그녀는 '나'라는 존재를 잊고 순수한 창조적 에너지에 잠식되는 '몰입'의 상태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몰입은 자기효능감을 통해 발현된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수경 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의 삶에서 노래나 무대와 같은 '무엇'은 무엇일까?' 하고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오랫동안 미뤄뒀던 취미일 수도 있고, 직장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나의 전문성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누군가를 돕는 봉사 활동일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활동을 통해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잊혀지길 원했던' 과거의 나를 넘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나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필자 역시 때로는 바쁜 일상에 쫓겨, 글을 쓰는 즐거움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제 본연의 역할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 역시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곤 합니다. 아마 그때마다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진성오의 심리카페'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작은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는, 저만의 '무대 욕심'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저를 다시금 이 자리로 이끌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우리 각자의 삶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무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무대 위에서 당신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으신가요?
당신의 '무대'는 어디인가요? 그곳에서 당신의 노래를 불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