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 '명당 사수', 내 마음의 경쟁심리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불꽃축제는 수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습니다. 지하철 여의나루역이 무정차 통과하고, 행사장 주변에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명당 사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불꽃축제 '명당'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을 보며 느꼈던 감동만큼이나, '남들보다 더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묘한 경쟁심리가 마음 한 켠에 자리했던 듯합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가장 좋은 자리'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더 잘 보인다는 물리적 이유를 넘어,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적 역동이 숨어 있습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 경험 등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며 '사회비교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명당'을 차지함으로써 자신을 더 우월하거나 유능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가족과 고층 빌라에 사는 가족이 서로의 삶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비교하며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려 했던 것처럼 말이죠. 불꽃축제 현장에서 '이 정도면 남들보다 좋은 자리야' 하고 안도하거나, 반대로 '저 사람들은 더 좋은 자리에서 보네' 하고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들 역시 이러한 사회비교의 한 단면일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SNS가 끊임없이 '남들의 완벽한 순간'을 보여주며 우리를 비교의 굴레로 밀어 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상입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최고의 경험'을 향한 집착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이 '명당 사수'의 열기는 오로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일까요? 아마도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인간에게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즉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있다고 말하는 '자기결정이론'을 발표했습니다. 불꽃축제에서 좋은 자리를 찾아 헤매고, 결국 '성공적'으로 '명당'을 확보하는 과정은 자신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쟁취했다는 '유능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확보한 자리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들과 함께 환호하며 불꽃을 바라보는 경험은 '관계성', 즉 소속감과 연결감을 깊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선택은 역설적으로 '자율성', 즉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축제를 즐길 자유를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예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명당'을 찾아 헤매느라 정작 불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순간들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 하고 말입니다.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은 잠시뿐입니다. 진정으로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어쩌면 '어디에서 보았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보았느냐'일 것입니다. 그 순간의 온전한 기쁨, 함께 나눈 웃음, 그리고 내면의 평화가 아닐까요? 우리 모두, 자신만의 '명당'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주어진 자리에서 감사와 충만한 마음으로 축제의 순간을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진정한 불꽃은 어쩌면 경쟁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서 터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불꽃은 어디에서 터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