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위기, '생각하는 생각'은 어디에?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는 우리 사회에 작은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직전 평가 대비 14점이나 하락했다는 소식이었지요. 교육 당국은 그 원인으로 디지털 매체와 소셜 미디어 활용 증가를 지목했습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문득 어릴 적 독서 습관을 떠올렸습니다. 종이책의 활자를 따라가며 생각의 꼬리를 물던 그 시절의 독서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글을 읽습니다. 스마트폰 알림, 뉴스 헤드라인, SNS 피드, 업무 메일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읽기'가 과연 동일한 의미일까요?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며, 나아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온전한 '문해력'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심리학적 개념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란 '생각에 대한 생각', 즉 자신의 인지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글을 읽을 때 '내가 지금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어떤 부분이 중요한가?', '어떤 부분을 다시 읽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 활동입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조율하고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가듯, '메타인지'는 우리 생각의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읽기 능력의 하락은 어쩌면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의 약화와 깊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메타인지' 능력은 왜 약화되는 것일까요? 교육부가 지목한 디지털 매체와 소셜 미디어 활용 증가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 디지털 환경은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보상을 특징으로 합니다. 짧은 영상이나 게시물은 몇 초 만에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고, '좋아요'나 댓글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습관 형성과 보상회로'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갈증이 빠르게 해소되고,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면서 우리의 뇌는 점차 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호하게 됩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듯, 우리는 스마트폰 알림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스크롤을 내리며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습관에 길들여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긴 글을 읽고 깊이 사고하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지루하고' '보상이 적은' 활동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고,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며, 글의 행간을 읽어내는 '생각의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읽고 있는 것일까요? 그저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짧은 정보의 파편들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생각'을 멈추고, 그저 정보의 소비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필자 역시 때때로 짧은 영상에 더 손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지금 무엇을 얻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묻는 작은 행동이, 어쩌면 잃어버린 '생각의 깊이'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를 늦추고 다시금 '읽는다는 행위'의 본질을 되새기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읽는다는 것, 그 이상의 '생각하는 생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