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10일 목요일
발행 2026-09-09
경향 문화

누군가를 향한 돌팔매질, 그 뒤편의 심리

최근 한 인기 걸그룹 멤버에 대한 허위 영상 유포자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소속사는 '사이버 레커'로 지칭되는 이들의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요. 이 소식을 접하며 필자는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잔인하게 타인을 깎아내리고, 그 불행을 즐기는 듯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일까요? 단순히 특정 개인의 악의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유사한 현상들이 너무나 만연합니다. 우리 사회의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시한 '사회비교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타인의 완벽해 보이는 모습, 화려한 성공이 여과 없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죠. 이때 우리는 두 가지 방향으로 비교를 합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며 위안을 얻는 '하향 비교'가 있는가 하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비교하며 동기 부여를 얻거나 혹은 좌절과 열등감을 느끼는 '상향 비교'가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과 같은 대중의 선망을 받는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의 '상향 비교'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이 상향 비교가 과도한 열등감이나 좌절감으로 이어질 때 발생합니다. 자신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느껴지거나,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타인의 성공 탓으로 돌리고 싶을 때, 우리의 마음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심리적 방어 기제 중 하나가 바로 '투사적 동일시'입니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이 주로 발전시킨 개념인데, 단순히 '투사'가 내 안의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나 충동을 타인에게 던져버리는 것이라면, '투사적 동일시'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투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특정 감정을 상대방이 느끼도록 무의식적으로 유도하고, 상대방이 그 감정을 느끼게 되면 마치 그것이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다시 동일시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질투심이나 분노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는 유명인을 보며 '저 사람은 분명히 뒤가 구릴 거야', '저렇게 잘나가는 데는 뭔가 부정한 방법이 있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질투와 분노를 유명인에게 '투사'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온갖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그 유명인을 깎아내리고 공격합니다. 이런 행동을 통해 그 유명인이 실제로 불행해지고 고통받는 모습을 보게 되면, 투사했던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래, 역시 내가 옳았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어'라며 그 불행과 고통에 '동일시'하게 됩니다. 마치 자신이 그 불행의 원인이자 심판자인 양 착각하며 일시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불안과 열등감을 처리하는 미성숙한 방식임에도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때로 '희생양 메커니즘'으로까지 확장됩니다.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René Girard)는 인간 사회가 '모방적 욕망'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될 때,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내재된 폭력성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 명의 '희생양'을 만들어 공격함으로써 일시적인 평화를 회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는 막연한 불안, 박탈감, 혹은 사회 전체에 대한 불만이 특정 유명인에게로 향하며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버 레커'들의 행위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진 내면의 갈등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집단적 희생양 만들기'의 한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공격함으로써 우리는 잠시나마 우리 안의 불편한 감정들을 잊고, '정의로운 심판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결코 건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타인을 깎아내리고 불행을 조롱하며 얻는 만족감은 일시적일 뿐, 결국 우리 자신의 내면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 따름입니다. 우리는 '사이버 레커'의 문제 행동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안에도 혹시 타인의 성공을 불편해하고, 누군가를 비난함으로써 잠시나마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안의 질투, 분노, 좌절감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건강하게 해소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타인을 향한 돌팔매질이 결국은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불안과 욕망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일 것입니다.
타인의 그림자를 좇기보다, 내 안의 빛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