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12일 토요일
발행 2026-09-11
경향 문화

'보너스 목숨'으로 일군 삶의 비밀

헤로인 중독자 부모 밑에서 자라 보육원과 친척 집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경과학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 '보너스 목숨을 얻어 살아남았다'고 표현했는데, 이 말 속에는 삶의 지독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 인간의 놀라운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 중 누가 이 이야기 앞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우리 안에 잠재된 놀라운 힘, 곧 '회복탄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개인이 심각한 역경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단순히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Emmy Werner)는 40년에 걸친 '카우아이 섬 연구'를 통해 이러한 회복탄력성이 특정 개인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길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중 일부가 어떻게 건강하고 유능한 성인으로 성장하는지 관찰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관계,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강한 '자기효능감'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핵심 요소임을 밝혀냈습니다. 삶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마치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신경과학자가 된 데이비드 수실로의 삶은 이 '회복탄력성'의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그에게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주 양육자가 부재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불안정한 '애착유형'은 이후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마련이지만, 그는 학업이라는 '자기대상'을 통해 내면의 안정감을 찾아냈습니다. 코헛(Heinz Kohut)이 말한 '자기대상'이란 우리의 자기를 지지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주로 부모나 중요한 타인이 이 역할을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직업, 취미, 신념 체계 등 다양한 것이 '자기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수실로에게는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이 바로 그러한 '자기대상'이 되어주었던 듯합니다.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그는 학문이라는 일관되고 안정적인 세계에 몰입함으로써 내면의 혼란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성장시킬 동력을 얻었던 것이지요. 또한, 그는 아마도 끊임없이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나가며 '자기효능감'을 길렀을 것입니다. 밴두라(Albert Bandura)가 주창한 '자기효능감'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을 뜻합니다. 보육원에서, 혹은 친척 집을 오가며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단단히 새겨나갔을 것입니다. 비록 세상은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을지라도, 그는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 것이지요. 이러한 '자기효능감'은 그가 더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 되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모두에게는 삶의 '보너스 목숨'을 찾아낼 힘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던져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주저앉고 싶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수실로의 이야기처럼, 우리 안에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이 숨어 있습니다. 그 힘을 믿고, 우리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자기대상'을 찾아내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키워나간다면, 우리 역시 '보너스 목숨'을 얻어 더 단단하고 의미 있는 삶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당신의 삶 속에서 당신을 일으켜 세운 '보너스 목숨'의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자기대상'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히 붙잡아 나갈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 안의 '회복탄력성'을 믿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