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을 향한 우리의 마음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 시스템이 마감 직전 먹통이 되어, 접수 시간이 한 시간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수험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까지 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입니다. 한순간의 시스템 오류가 누군가에게는 초조함과 불안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에 '형평성 훼손'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지요.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우리 마음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필자는 오늘 이 사건을 통해 '사회비교이론'과 '통제감 상실'이라는 심리적 개념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마라톤과 같습니다. 출발선에 서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한다고 믿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노력을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라톤 결승선 직전에 갑자기 몇몇 주자에게만 추가적인 시간이 주어지거나, 혹은 출발선 자체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많은 주자가 혼란과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이번 수시 접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시간 연장도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균열을 내면서 비슷한 심리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마음속에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은 아마 '사회비교'의 기제일 것입니다.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1954년 '사회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나 능력을 가늠합니다. 이번 시스템 오류의 경우, 어떤 학생은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무사히 접수를 마쳤을 것이고, 어떤 학생은 오류로 인해 발을 동동 구르다 연장된 시간 덕분에 겨우 접수를 완료했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이 연장된 시간 덕분에 지원 전략을 수정할 '골든 타임'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서 수험생들은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제때 접수해서 불이익을 받은 건 아닐까?', '누군가는 이 덕분에 더 좋은 학과에 지원했을 텐데…' 하는 생각은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이런 '상향 비교'는 때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불공정한 상황에서는 좌절감과 박탈감을 안겨주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반대로 '하향 비교'를 통해 '나보다 더 심한 상황에 처한 사람도 있을 거야'라고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 오류는 우리에게 깊은 '통제감 상실'을 경험하게 합니다. 통제감이란 우리가 환경이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노력한 결과를 한순간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빼앗아갑니다. 마치 항해 중인 배의 선장이 갑자기 조타 장치를 움직일 수 없게 된 것과 같습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고, 바람은 불어오는데,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이는 것이지요. 이러한 통제감 상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져 앞으로의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스템 오류는 고의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기술적인 문제였을 테지요. 하지만 그 결과가 수많은 개인의 노력과 꿈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분노하고 좌절하며, 때로는 불공정함에 절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에게 이러한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의 불확실성 속에서, 과연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마음을 지켜나가야 할까요?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기보다는, 자신의 노력과 내면의 성장을 보듬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입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외부의 상황이나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진정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반응'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