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16일 수요일
발행 2026-09-15
경향 사회

노사 갈등, ‘내 탓이오’ 대신 ‘네 탓이오’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의 교섭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내일부터 서울 시민들의 출근길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협상의 테이블에 앉았지만, 왜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은 골을 만들곤 하는 걸까요? 필자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한 가지 경향을 떠올리곤 합니다. 바로 '귀인 오류'라는 개념입니다. 귀인 오류란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그 행동의 원인을 상황적 요인보다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 같은 내적 요인에 더 크게 비중을 두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길을 걷다 누군가 실수로 어깨를 치고 지나가면, 우리는 종종 '저 사람 정말 무례하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 사람이 급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처럼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는 그 사람의 '내적 특성' 탓으로 돌리고, 정작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것이 우리 마음의 습관입니다. 이번 버스 노사 갈등에서도 이런 귀인 오류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습니다. 노조 측은 아마도 사측이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반대로 사측은 노조가 '무분별하게 요구하고', '이기적인 집단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서로가 상대방의 행동을 그들의 '본질적인 성향' 탓으로 돌리면서, '월 176시간이냐, 209시간이냐'와 같은 구체적인 요구사항 뒤에 숨어있는 각자의 절박한 상황적 맥락은 간과되기 쉽습니다. 노조의 요구 뒤에는 물가 인상과 생활고, 사측의 입장 뒤에는 재정적 압박과 운영의 어려움 같은 현실적인 제약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사회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가 처음 제안하고 이후 리 로스(Lee Ross) 등이 발전시킨 이 귀인 이론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오해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심리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심리적 소유감'이라는 개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소유감이란 개인이 특정 대상이나 아이디어, 심지어 권리에 대해 자신이 주인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실제 법적인 소유권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자기 장난감을 '내 것'이라고 외치며 다른 아이에게 양보하지 않으려는 모습, 혹은 오랜 시간 공들여 기획한 프로젝트를 '내 새끼'처럼 여기는 직장인의 마음이 바로 심리적 소유감의 발현입니다. 이번 버스 노사 협상에서 노조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는 권리에, 사측은 '기업 운영의 자율성'이라는 권리에 강한 심리적 소유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권리들을 마치 자신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게 되면, 그것을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일부를 떼어주는 것처럼 느껴져 극심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조직 심리학에서 피어스(Pierce) 등의 학자들이 강조했듯이, 이러한 심리적 소유감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때로는 타협 불가능한 고집으로 변질되어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결국 버스 노사 갈등은 단순히 임금 협상이라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서로를 향한 '귀인 오류'와 각자의 권리에 대한 '심리적 소유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노조는 사측의 태도를,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상대방의 '나쁜 의도'나 '이기적인 본성' 탓으로 돌리고, 각자의 주장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나의 것'으로 여기는 순간, 대화는 단절되고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심리적 경향이 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 '내 탓이오'를 외치기보다 '네 탓이오'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해결은 상대방의 행동 뒤에 숨어있는 '상황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내가 주장하는 '권리'만큼 상대방의 '권리' 또한 존중받아야 할 가치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잠시 멈춰 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려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