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21일 월요일
발행 2026-09-20
경향 문화

'퇴사할게여', 왜 마음을 울릴까?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퇴사할게여'라는 노랫말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룹 '아이들' 소연 씨의 신곡 '퇴사할게여'가 발매 열흘 만에 국내 최대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이 곡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깊이 울리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으로 외쳐봤을 법한 '퇴사'라는 단어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 노래가 우리 안에 잠재된 아주 근본적인 욕구를 건드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필자는 이 노래의 성공을 보면서 '심리적 소유감'이라는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심리적 소유감'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개인이 그것이 '내 것'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대상은 단순히 물건뿐 아니라 아이디어, 일, 관계, 나아가 우리 자신의 삶 전체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거나, 특정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밀 때 느끼는 바로 그 감정이지요. 이 감정은 단순히 법적인 소유권과는 다릅니다. 법적으로는 회사 소유의 프로젝트일지라도, 밤낮으로 매달려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은 그 프로젝트에 대해 남다른 애착과 함께 '내 것'이라는 강한 심리적 소유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소유감'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제시한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즉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이 중 '자율성'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욕구이고, '유능감'은 어떤 일을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욕구입니다. 우리가 맡은 일이나 삶의 영역에서 이러한 자율성과 유능감을 충분히 경험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대상에 대한 '심리적 소유감'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 존재의 의미와 활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원천이 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이 만든 모래성을 '내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하듯, 우리 역시 작은 성취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일이나 삶에서 이러한 '심리적 소유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기계의 부품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상사가 시키는 대로, 회사의 지침대로 움직이며 자신의 의견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일 자체는 의미 있고 중요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나의 선택권이 제한되거나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온전히 나에게 부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일에 대해 '나의 것'이라는 느낌을 갖기 어려워집니다. 이것은 마치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화초를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리는 듯한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는 점차 자신의 일과 삶에서 멀어지는 듯한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결국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오는 많은 분도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곤 합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질문들 속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심리적 소유감'을 잃어버린 깊은 상실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기계톱니바퀴의 일부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표류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럴 때 '퇴사할게여'와 같은 노래는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으로 다가옵니다. 이 노래는 수많은 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는 이러한 '소외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나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님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합니다. 마치 혼자 어둠 속에 있는 줄 알았는데, 옆에도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전염'은 개인의 불안과 고통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 연대감을 형성하며 힘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심리적 소유감'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이든,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는 것이든 말입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 삶은 나의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을 형성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습니다. 물론, 당장 모든 것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그 그림의 유일한 '주인'이니까요. 지금, 나의 삶은 누구의 것인가요? 우리는 이 질문을 늘 던져봐야 합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작은 용기, 지금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