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22일 화요일
발행 2026-09-21
경향 문화

무대 위 '자기대상', 그 오해의 순간

최근 한 지역 축제 무대에서 베테랑 가수 심수봉 씨가 후배 가수 김다현 씨의 노래를 두고 공개적으로 '노래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어진 대중의 반응과 심 씨의 사과를 보며, 필자는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한 어떤 심리적 패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선배의 그 한마디는 단순한 조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이면에 다른 마음이 숨어있었을까요? 우리는 종종 타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보고, 때로는 그 타인이 우리의 기대와 다를 때 실망하거나 분노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거울을 보듯, 타인에게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과 닮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자기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자기대상'은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이 제시한 개념으로, 타인을 우리 자신의 일부처럼 경험하며 심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모에게서 '나는 소중하다'는 느낌을 얻거나, 스승에게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이상을 투영하는 것 등이 자기대상의 경험입니다. 타인이 나에게 공감하고, 나의 이상을 실현해주고, 나와 닮아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안정감과 활력을 얻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자기대상'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거울에 금이 가거나,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비칠 때처럼, 우리는 당황하고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합니다. 아마도 심수봉 씨에게 김다현 씨의 무대는 단순히 한 후배 가수의 공연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심 씨가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 트로트'에 대한 필생의 신념, 혹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투영한 '이상적인 후배 가수'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김다현 씨의 무대가 이러한 '자기대상'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 심 씨는 마치 자신의 일부가 훼손된 듯한 '자기감'의 손상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그 한마디는, 어쩌면 후배를 향한 비판 이전에, 자기 안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베테랑으로서 겪어온 수많은 경험과 감정들이, 후배의 무대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표출된 것이라 필자는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이러한 '자기대상'의 경험은 종종 '인지왜곡'이라는 필터를 통해 더욱 증폭되기도 합니다.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 아론 벡(Aaron Beck)은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에 따라 현실을 왜곡하여 해석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특정 상황을 비합리적으로 해석하는 '잘못된 생각 방식'이 바로 '인지왜곡'입니다. 심수봉 씨의 발언에는 여러 가지 '인지왜곡'이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흑백논리'는 모든 것을 극단적인 두 가지 범주로만 나누어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완벽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틀린 것'이라는 식이지요. 김다현 씨의 무대를 보며 심수봉 씨는 자신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틀린 것'으로 단정했을지 모릅니다. 또한 '정신적 여과'는 긍정적인 요소는 무시하고 부정적인 세부사항에만 초점을 맞추는 왜곡입니다. 김다현 씨의 무대에서 분명 칭찬할 만한 지점이 있었음에도, 심 씨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정 부분의 미흡함에만 집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 렌즈는 때로는 세상을 더 명확하게 보게 하지만, 때로는 특정한 방식으로만 보게 하는 '인지왜곡'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특히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의 새로운 시도나 미숙함은 자신의 '자기대상'을 위협하고, 그로 인한 '인지왜곡'을 통해 더욱 날카로운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연예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직장 상사가 신입 직원의 업무 방식을 평가할 때, 부모가 자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유사한 심리적 역동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타인을 진정으로 타인으로 존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의 일부로서 우리 안의 어떤 결핍이나 이상을 투영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또한 우리 자신의 경험과 관점이 만들어낸 '인지왜곡'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자기대상'이 있고, 또 자신만의 '인지왜곡'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인을 향한 조금 더 깊은 이해와 겸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내 안의 '자기대상'과 '인지왜곡'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