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짧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중에서도 일본이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짧은 연휴, 빠듯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기꺼이 가까운 해외로 향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동력이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보며 문득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타인의 선택이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하는 물음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전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행동, 감정, 심지어 태도까지도 한 집단 내에서 마치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뜻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에서 개인이 군중 속에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이고 모방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정 유행이 번지듯,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특정 맛집에 줄을 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밈' 역시 이러한 사회적 전염의 한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짧은 연휴 일본 여행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즐거운 후기들이 넘쳐납니다.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접근성마저 높아지니, "남들이 다 가는데 나만 안 가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전염'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나도 저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력을 가하게 되는 듯합니다.
여기에 또 다른 심리적 기제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바로 '확증편향'입니다. '확증편향'이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인지치료의 대가 아론 벡은 인간의 이러한 인지적 왜곡이 정서적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만 찾아보고, 부정적인 뉴스는 '가짜 뉴스'로 치부하는 팬덤의 심리가 바로 확증편향의 좋은 예입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본 여행은 짧은 연휴에도 가성비가 좋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짧은 일정의 피로함이나 예상보다 비싼 경비 같은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쇼핑의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후기만을 찾아보게 됩니다. "다들 좋다고 하니 분명 좋을 거야"라는 생각이 우리 안에서 굳건해지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의 뇌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우리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인의 선택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리의 기대를 확인시켜주는 정보에만 귀 기울이게 되는 걸까요? 단순히 정보의 부족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소속감'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은' 본능적인 불안감도 존재합니다. 필자도 예전에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를 아무런 의심 없이 보러 갔다가 기대에 못 미쳐 실망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필자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물론, 사회적 전염과 확증편향이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긍정적인 행동이나 태도가 전염될 수도 있고, 좋은 정보에 대한 확신은 때때로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기제들이 우리의 '자기결정성'을 잠식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필 기회를 빼앗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짧은 연휴, 남들이 간다고 해서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휴식은 무엇일지 잠시 멈춰 서서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진정한 나만의 여행은 어디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