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24일 목요일
발행 2026-09-23
경향 라이프

낯선 상어, 익숙한 판단의 함정

낯선 상어, 익숙한 판단의 함정
지난 18일부터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몸길이 3~4m의 상어가 잇따라 출현했습니다. 바다와 연결된 수로를 따라 시민 산책로 가까이까지 들어온 이 상어는 '부캉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낯선 존재의 등장은 언제나 우리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만듭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예기치 않은 방문자에 주목하고, 때로는 열광하며, 때로는 불안해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뇌는 참으로 효율적인 기관입니다. 매 순간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 앞에서, 이 모든 것을 일일이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인지적 구두쇠'처럼 행동합니다. 즉,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정보를 처리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사회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는 이 개념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인지적 자원을 절약하려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마치 복잡한 서류 더미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골라 빠르게 처리하는 비서처럼 말입니다. 상어 '부캉이'의 등장은 우리를 '인지적 구두쇠'의 함정에 빠뜨리는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우리는 상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바다의 포식자, 위험한 존재라는 기존의 도식을 떠올립니다. 평화로운 산책로에 나타난 상어는 이 도식에 맞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우리의 뇌는 이 불협화음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이나 미디어에서 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상어는 위험하다'거나 '신기한 구경거리다'와 같은 판단을 서둘러 내립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과연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익숙한 방식으로 낯선 상황을 재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우리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그것을 기존의 틀에 맞춰 빠르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익숙한 분류에 넣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중요한 맥락이나 미묘한 차이를 놓치곤 합니다. '부캉이'가 정말 위험한 존재인지, 아니면 길을 잃은 불쌍한 동물인지, 아니면 그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생명체인지에 대한 복잡한 질문은 때로 우리의 '인지적 구두쇠'적 사고방식에 의해 단순화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부캉이'를 보러 가는 인파에 합류하거나, 혹은 다른 이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게 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시한 '사회비교이론'이 한몫을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려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산책로에 상어가 나타났다는 전례 없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직면합니다. 이때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다른 사람들이 상어를 보며 신기해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우리도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가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 극도의 공포를 표출한다면, 우리도 불안감을 느끼고 멀리 떨어지려 할 것입니다. 이러한 비교는 우리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이 '정상적'이라고 느끼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처음 가보는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시킬지 모를 때, 옆 테이블 사람들이 무엇을 시키는지 힐끗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부캉이'라는 낯선 존재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 상황은 위험한가?', '이 상황은 즐길 만한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합니다. 이는 집단적인 행동 패턴을 형성하게 되며, 특정 장소로 사람들이 몰리거나 특정 감정이 확산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부캉이'의 등장은 우리에게 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작은 실험장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지적 구두쇠'로서 빠르게 판단을 내리려 하고,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의 감정을 조율하려 합니다. 필자는 우리의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반응일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가 '부캉이'를 보며 느꼈던 호기심과 불안감 속에서, 과연 우리는 그 상어 자체를 온전히 바라보려 노력했는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 혹시 우리 마음속의 익숙한 틀과 타인의 시선에 갇혀, '부캉이'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이야기는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필자 역시 때로는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거나,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험을 합니다. '부캉이'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함이라는 편안함 뒤에 숨겨진 낯선 진실을 찾아보라는 조용한 권유처럼 다가옵니다. 이번 추석 연휴, 우리 마음속의 '부캉이'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잠시 멈춰 서서 그 낯선 존재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귀 기울여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어쩌면 그 낯선 존재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말입니다.
낯선 것에 대한 당신의 첫 반응은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