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9월 27일 일요일
발행 2026-09-26
경향 사회

'행운의 번호'는 정말 '행운'일까?

'행운의 번호'는 정말 '행운'일까?
지난 26일, 제1243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9, 18, 24, 38, 43, 44'가 1등 당첨번호로 뽑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2게임이 1등의 영광을 안았고, 각 25억 원이 넘는 당첨금을 수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한 필자는 문득 오래 전 한 TV 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한 노인이 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를 구매하며 '이 번호는 내 꿈에서 나온 계시'라고 굳게 믿는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그 노인에게 '행운의 번호'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리고 우리에게 로또는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리 인간은 본래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릅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찾고 받아들이지만, 그에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고안한 '2-4-6 과제' 실험은 이러한 경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참가자들은 '2-4-6'이라는 숫자가 특정 규칙에 따라 배열된 것이라고 들은 뒤, 그 규칙을 알아내기 위해 새로운 세 개의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대다수의 참가자는 자신의 가설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숫자 조합만 제시했고, 자신의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 있는 조합은 거의 시도하지 않았죠. 결국 많은 사람이 잘못된 규칙을 굳게 믿게 됩니다. 로또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꿈에서 본 숫자', '생일', '기념일' 등 자신만의 특별한 번호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번호가 언젠가 당첨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곤 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번호 중 일부가 맞으면 '아, 역시 내 번호는 특별해!'라고 생각하며, 맞지 않은 수많은 회차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스쳐 지나간 '아쉬운 번호'들은 '이번에는 거의 맞을 뻔했어!'라는 강한 인상으로 남지만, 완전히 틀린 번호들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확증편향'은 우리가 로또를 구매하는 행위에 끊임없이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듯 보입니다. 사실은 지극히 비합리적인데도 말이죠. 또 다른 흥미로운 심리적 현상은 바로 '귀인 오류'입니다. '귀인'이란 어떤 사건이나 행동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여기서 오류가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자기 위주 편향'은 우리가 어떤 사건의 원인을 해석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로또에 당첨되면 우리는 '내 운이 좋았다', '내가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았다'와 같이 내부적인 요인(나의 특성, 능력, 노력 등)에 그 원인을 돌리곤 합니다. 마치 자신의 특별한 '촉'이나 '직감'이 작용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당첨되지 않았을 때는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 '기계가 조작된 것 아니냐'처럼 외부적인 요인(상황, 타인, 우연 등)에 그 원인을 찾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1등에 당첨되면 '그 사람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나보다 훨씬 많이 샀겠지'라며 외부 요인을 강조하거나 타인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귀인 오류'는 우리의 자존감을 보호하고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현실을 왜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로또는 '내 번호'가 '행운의 번호'임을 확신하고, '내 촉'이 '운'을 불러올 것이라 믿게 만드는 복잡한 심리적 장치인 셈입니다. 우리는 이 '희망의 게임' 속에서 때로는 비합리적인 기대를 품고, 때로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살아갑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즉, 복잡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인지적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지요. 로또의 확률을 복잡하게 계산하기보다는 '나는 될 거야!'라는 단순한 믿음이 훨씬 편안하고 달콤한 법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희망과 환상의 게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로또는 분명 많은 이들에게 일상의 작은 기쁨과 기대를 선물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현실을 넘어선 맹목적인 믿음이 될 때, 우리는 때로 더 큰 실망과 좌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필자 또한 가끔 재미 삼아 로또를 구매하며 '이 번호가 되면 뭘 할까'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야 함을 스스로에게 되뇌곤 합니다. '행운'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이 '확증편향'과 '귀인 오류'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정말 바라는 것은 '대박'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과정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삶의 진정한 '행운'은 복권 당첨이라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노력과 성취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안의 '행운'을 믿되,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