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나’를 가둘 때

한겨레 신문 기사는 현 학교의 평가 및 분류 시스템이 '내가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파괴한다'는 한 교육 전문가의 날카로운 진단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필자에게 꽤나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경쟁과 성과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 우리는 과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규정된 라벨을 달아주고, 그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라벨'을 부여받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 '문제아', '수포자', '예체능' 등으로 나뉘고,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인', '주부',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등 다양한 이름표를 달게 됩니다. 이러한 라벨들은 때로는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특정 틀에 가두고 스스로를 제한하게 만드는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라벨링 효과'로 설명합니다. 특정한 라벨이 붙으면 사람들은 그 라벨에 기대되는 행동을 하려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개인이 특정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가 실제 그 상황이나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기대했던 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장 유명한 예시로는 심리학자 로젠탈과 야콥슨의 '피그말리온 효과' 연구가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무작위로 몇몇 학생들을 '지적 성장이 기대되는 아이들'이라고 교사들에게 알려주자, 실제로 그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것이죠. 교사들의 무의식적인 기대와 그에 따른 미묘한 행동 변화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반대로, '넌 안 돼', '넌 원래 그래'와 같은 부정적인 라벨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꺾고 스스로를 그 라벨에 맞춰 행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학교의 평가와 분류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넌 이 등급이야', '넌 이 분야에 소질이 없어'와 같은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하고 그 이상의 가능성을 탐색하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상담실에서 만난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이 붙여진 '라벨'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공부를 못해요', '저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예요'와 같은 말들은 이미 그들의 내면에 깊이 각인된 자기 인식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라벨을 떼어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의 '평가와 분류' 시스템이 학생들의 '사회 소속감'을 파괴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는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이 주창한 '자기결정성 이론'과 깊이 연결됩니다. 자기결정성 이론은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자율성'의 욕구, 즉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둘째는 '유능감'의 욕구, 즉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입니다. 셋째는 '관계성'의 욕구, 즉 타인과 연결되어 사랑받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입니다. 학교가 오직 평가와 분류에만 치우친다면, 학생들은 이 세 가지 욕구를 제대로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등급 매기기와 줄 세우기는 아이들의 '유능감'을 꺾고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또한,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은 친구들과의 진정한 '관계성'을 해치고 고립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율성'의 박탈입니다. 주입식 교육과 정해진 틀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주체적인 선택을 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무기력해지고, 학교라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지며, 결국 '내가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마저 잃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부품처럼 말입니다.
필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우리는 정말 이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만약 우리가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 기여하는 행복한 성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라벨을 붙이고 분류하는 대신, 아이들 개개인의 고유한 빛깔을 발견하고 존중해주는 교육은 불가능한 꿈일까요? 아마도 답은 우리 안에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회복시켜주는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에게 붙여진 라벨을 떼어내고, 스스로 빛나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이 오기를 필자는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이 어떤 라벨을 달고 있든, 당신은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