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점짜리 만족과 30대 여성의 외로움

한국인의 삶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평균 6.9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30대 여성의 외로움이 가장 크다는 대목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토록 바쁘게 달려가며,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삶의 만족’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정작 그 만족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는 임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겉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듯 보이는 이들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알 수 없는 공허감이나 불만족을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심리학의 한 이론이 큰 도움을 줍니다.
바로 에드워드 데시(Edward L.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M. Ryan)이 주창한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입니다. 이 이론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세 가지 보편적인 심리적 욕구, 즉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그리고 ‘관계성’(relatedness)을 충족할 때 내재적 동기가 활성화되고 심리적 안녕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자율성’이란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행동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말합니다. 외부의 강압이나 통제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만들어간다고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다음으로 ‘유능감’은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성장하는 기쁨을 맛봅니다. 마지막으로 ‘관계성’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사랑받고 있으며, 소속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혼자서는 온전히 만족할 수 없습니다.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안정감과 행복을 찾습니다.
그렇다면 30대 여성의 외로움이 가장 크다는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마도 이 시기의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또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직장에서는 경력을 쌓아야 하고,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를 돌봐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특정 기준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는 상관없이 외부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게 되면서 ‘자율성’을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또한,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성’을 맺기보다는 표면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며 고립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완벽하게 통제된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을 누리는 듯했지만, 그의 삶은 철저히 타인의 각본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였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자율성’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우리 현대인들도 트루먼처럼, 시스템이 정해놓은 길 위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잃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 역시 때로는 '해야 할 일'에 쫓겨 '하고 싶은 일'을 잊어버리고, 타인의 시선에 맞춰 스스로를 검열하며 '나'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들을 경험합니다. 마치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 속 화초가 끊임없이 물과 햇볕을 갈구하듯, 우리 마음도 세 가지 심리적 영양소를 끊임없이 필요로 합니다. 이 영양소들이 부족할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불만족과 외로움이라는 시들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삶의 만족도 6.9점. 이 숫자는 단순히 통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얼마나 잘 지켜주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적표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각자의 삶에서 이 세 가지 핵심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때입니다.
당신의 마음 정원은 지금 어떤 영양소를 필요로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