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10월 3일 토요일
발행 2026-10-02
경향 문화

600만원짜리 집, '선택의 역설'을 택하다

600만원짜리 집, '선택의 역설'을 택하다
요즘 우리는 뉴스를 통해 중국 청년들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치열한 경쟁을 등지고, 집값이 600만원에 불과한 헤이룽장성 허강시 같은 쇠락한 도시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높은 집값과 끝없는 경쟁 속에서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로 '탈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일 것입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찾아 도시를 떠난 것일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적 요인들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흔히 '성공'이라고 부르는 삶은 오랜 시간 동안 '지연된 만족'을 전제로 해왔습니다. 당장의 즐거움을 참고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 말입니다. 어린 시절 마시멜로를 당장 먹지 않고 기다리면 두 개를 얻을 수 있다는 실험처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샘 공부를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힘든 인턴 생활을 견디며, 내 집 마련을 위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식이죠. 이는 마치 과거의 농경 사회에서 씨앗을 뿌리고 오랜 시간 기다려 수확을 얻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가집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어떻습니까?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의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솟는 집값, 불안정한 고용 시장 속에서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마시멜로 두 개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좌절감을 느낍니다. 결국, 이들은 '지연된 만족'이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평온함'과 '여유'라는 만족을 택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심리 개념으로 '선택의 역설'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저서 '선택의 역설'에서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결정 장애와 후회를 유발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흔히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도시의 삶은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입니다. 수많은 직업, 문화생활, 인간관계의 선택지가 즐비하죠. 하지만 이 많은 선택지는 동시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와 '이 모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끊임없이 안겨줍니다.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남들보다 뒤떨어질까 봐 늘 조바심 내게 만들고요. 결국 무한한 선택지는 '자유'가 아니라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쇠락한 도시에서의 '은거'는 이러한 '선택의 역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제한된 환경은 오히려 심리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어떤 길을 택할지 고민하는 에너지 소모가 적어지고,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덜해집니다.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은 물질적 풍요를 포기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심리적 평온'과 '자율성'을 얻는 셈입니다. 물론 이 선택이 모든 사람에게 정답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좇는 '성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이며,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다 오히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필자 역시 때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을 멈추고 저 멀리 한적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감정이 비단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은거'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삶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덜어내기'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아마도 우리는 '선택의 역설'이 주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삶의 진정한 만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