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10월 5일 월요일
발행 2026-10-04
경향 라이프

'귀신'이 밥 먹이면 '참교육'일까? 아이 마음의 '인지왜곡'

'귀신'이 밥 먹이면 '참교육'일까? 아이 마음의 '인지왜곡'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의 귀신 캐릭터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이 훈육에 활용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밥 안 먹는 아이 울리는 귀신'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는 영상 속에서, 처녀귀신은 아이에게 '밥을 잘 먹을 거냐'고 묻습니다. 이 장면을 보며 필자는 문득, 과연 이러한 방식이 아이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해졌습니다. 영상 속 아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네'라고 답하며 밥을 먹겠다고 약속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효과'에 주목하며 '참교육'이라 부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단기적으로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서운 귀신 앞에서 누가 밥을 안 먹겠다고 버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의 심리적 경험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눈에 비친 '귀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어른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캐릭터이거나, 혹은 '교육적' 의도를 가진 장치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합니다. 이들에게 귀신은 현실 속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왜곡'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지왜곡'은 개인이 현실을 비합리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Aaron Beck)은 사람들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감정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눈앞의 '무서운 존재'가 주는 압도적인 감정에 집중합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귀신에게 혼난다'는 식의 경험은 아이의 마음에 '세상은 무섭고 위협적인 곳'이라는 왜곡된 신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과연 아이는 '밥을 잘 먹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아마도 '귀신이 무서워서'라는 감정적 연결로 남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훈육 방식은 아이와 부모 사이의 '애착유형'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존 볼비(John Bowlby)와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가 정립한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이 안전기지로부터 세상을 탐색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돌아와 위로받고 보호받는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귀신'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이용해 아이를 통제하려 한다면, 아이는 부모를 '절대적인 안전기지'로 인식하는 데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밥을 먹게 하는 사람'인 동시에 '귀신을 부르는 사람'이라는 양가적인 존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안전한 피난처'로 계속 인식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할 위험이 커질 것입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의 '편리함'이라는 필터로 아이의 반응을 해석하고 있을까요? 부모의 '메타인지' 능력, 즉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입니다. 단기적인 행동 변화에 만족하기보다, 아이의 장기적인 심리적 건강과 부모-자녀 관계의 질을 우선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단순히 '공포'를 주입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한 이해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의 작은 마음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의 마음속 그림을 함께 그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