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보는 이의 몫? 갈등 속 마음의 렌즈

JYP엔터테인먼트가 신사옥 건립 계획을 전면 철회하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책임을 돌리자, 서울시는 즉각 반발하며 '여론 호도'를 멈추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협의 중 일방적 철회'라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계획이 틀어졌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필자는 이 같은 진실 공방 속에서 우리 마음이 작동하는 흥미로운 방식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살다 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합니다. 같은 사건을 겪고도 사람마다 기억하고 해석하는 바가 사뭇 다릅니다. 누군가는 상대방의 '악의'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합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각자 다른 '진실'을 붙들고 싸우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우리 마음속에는 세상을 비추는 각기 다른 렌즈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사건의 원인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귀인 오류'라고 부릅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가 제안하고 해럴드 켈리(Harold Kelley) 등이 발전시킨 '귀인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행동의 원인을 찾을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의도 같은 '내적 요인'에 주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나 환경 같은 '외적 요인'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두 가지 요인을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보면 우리는 흔히 '저 운전자는 정말 이기적이고 매너가 없군!' 하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내적 요인', 즉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것이죠. 하지만 막상 자신이 급해서 끼어들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내가 지금 얼마나 바쁜데!'라며 '외적 요인'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이렇게 타인의 행동은 내적 요인으로, 자신의 행동은 외적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을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라고도 합니다. JYP와 서울시의 입장 차이도 어쩌면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행동은 '일방적'이거나 '책임 전가'로 해석하고, 자신의 행동은 '정당한 철회'이거나 '사실 관계 확인'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아닐까요?
여기에 '인지왜곡'이라는 또 다른 심리적 기제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인지치료의 선구자인 아론 벡(Aaron Beck)은 우리가 현실을 비합리적으로 해석하거나 부정확하게 인식하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인지왜곡'이라 설명했습니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듯, 우리는 자신의 기존 신념, 욕구, 과거 경험, 그리고 현재의 목표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JYP 입장에서는 신사옥 건립이라는 중요한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싶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나는 최선을 다했고, 문제는 저쪽에 있었다'는 식의 '개인화'나 '파국화' 같은 인지왜곡이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서울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행정적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과 함께, 상대방의 주장을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로 '선택적 추상화'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명확하고, 그 입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갈등 상황에서 '진실'은 종종 보는 사람의 '마음의 렌즈'를 통해 걸러지고 재구성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가 보는 세상이 곧 '객관적 진실'이라고 굳게 믿어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필자 역시 때로는 내가 옳다고 굳게 믿었던 일들이 사실은 나의 '마음의 렌즈'가 만들어낸 착시였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합니다. 완벽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렌즈의 색깔이 어떤지, 그 렌즈가 과연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지 가끔은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성찰이 없다면, 우리는 영원히 각자의 '진실' 속에 갇혀 서로에게 손가락질만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 마음의 렌즈는 지금 어떤 색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