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10월 11일 일요일
발행 2026-10-10
경향 사회

로또 1등의 '환상', 그 뒤의 '인지부조화'

로또 1등의 '환상', 그 뒤의 '인지부조화'
지난 주말, 동행복권은 제1245회 로또복권 추첨 결과 1등 당첨번호 ‘4·5·25·28·32·42’가 발표되었고, 10명의 당첨자가 각각 30억 원이 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로또 판매점을 찾았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가끔은 달콤한 상상에 빠져 얇은 종이 한 장에 큰 기대를 걸곤 합니다. 로또 한 장이 주는 '희망'과 '기대'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을까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 '환상'을 함께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왜 매주 로또를 살까요? 당첨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한 주를 버틸 힘을 얻는 듯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역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은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가 주창한 개념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감이나 후회를 느끼기 쉽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로또의 경우, 수많은 숫자 조합 중 단 하나의 '선택'이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환상이 우리를 이끌곤 합니다. 마치 마트에서 수십 가지 잼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워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거나, 고르고 나서도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까 후회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로또는 '선택의 폭' 자체보다는 '선택의 결과'가 주는 압도적인 보상에 대한 환상이 더 크게 작동하는 듯합니다. 이 한 장의 종이가 가져다줄 엄청난 변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달콤한 상상은 필자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유혹입니다. 이러한 환상 속에서 우리는 때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인지부조화'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이 믿는 것, 느끼는 것, 행동하는 것 사이에서 불일치가 발생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흡연자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불편함이 바로 인지부조화입니다. 로또를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로또 당첨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이야기도 흔히 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주 돈을 주고 로또를 구매합니다. 이성적인 판단과 실제 행동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것이죠. 이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이번엔 뭔가 다를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운이 좋을 거야' 혹은 '이 정도 투자로 일주일간의 행복을 살 수 있다면 괜찮아'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필자도 '이 돈으로 커피 한 잔 마셨다 생각하지 뭐'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곤 합니다. 왜 우리는 이처럼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로또 구매를 멈추지 못할까요? 여기에는 '습관 형성과 보상회로'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뇌의 '보상회로'(reward circuit)는 특정 행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때 도파민을 분비하여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강화합니다. 로또의 경우, 비록 당첨은 드물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1등 당첨 소식이나 4등, 5등이라도 당첨되어 소액의 보상을 받는 경험은 이 보상회로를 간헐적으로 자극합니다. 마치 도박 중독자가 가끔의 승리로 인해 계속 베팅을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로또 역시 낮은 확률의 '간헐적 강화'가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특히 사회 전반에 '한 방'을 통해 계층 상승을 꿈꾸는 분위기가 만연할 때, 로또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희망을 파는 상품이 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가족들이 거액의 돈을 상상하며 환호하는 장면처럼, 로또는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삶의 고단함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고 싶어 합니다. 로또가 그 빛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희망'이라는 감정만큼은 확실히 제공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우리의 현실적인 노력을 저해하고, 비합리적인 기대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 또한 로또를 사며 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행복하지만, 그 꿈이 현실의 발판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도피처'가 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만약 매주 로또를 사지 않으면 불안하고, 당첨되지 않았을 때 큰 실망감을 느낀다면, 우리 마음속 '인지부조화'의 그림자가 너무 커져버린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환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현실의 노력이 주는 작은 성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