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10월 13일 화요일
발행 2026-10-12
한겨레 사회

‘내 생각’이 ‘진실’이 되는 길

‘내 생각’이 ‘진실’이 되는 길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의 극우 성향 계정들이 유명 강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은, 필자에게 인간 마음의 흥미로우면서도 때론 위험한 측면을 다시금 상기시켰습니다. 대체 무엇이 어린 친구들의 마음을 그토록 특정 정보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단순히 호기심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 안에 내재된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종종 자신이 믿고 싶거나 이미 형성된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부릅니다. 1960년대 인지 심리학자 피터 와슨(Peter Wason)의 실험에서 잘 드러났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해주는 정보에는 쉽게 귀를 기울이지만, 반증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새로운 자동차를 구매한 후 도로에서 유독 그 차종만 눈에 띄는 경험과도 같습니다. 내가 그 차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그 차로 가득 차 보이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이러한 우리 마음의 '확증편향'을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우리가 특정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면, 알고리즘은 유사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며 우리의 시야를 좁힙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세상은 내가 믿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이러한 확증편향이 개인의 내면에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 심지어 행동 양식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우리는 '사회적 전염'이라고 일컫습니다. 이는 마치 전염병처럼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고대 로마 시대, 군중의 열광이 콜로세움의 검투사 경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처럼 비이성적인 경제 현상이 어떻게 집단적으로 발생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모방, 동조, 집단 정체성 형성 등 다양한 기제로 설명합니다. 특히나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의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습니다. 특정 계정이나 주장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나는 이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의례처럼 작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소셜 미디어 공간은 빠르게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사회적 전염을 가속화시키는 온상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는 우리가 미디어 속에서 만나는 모든 정보에 대해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보는 정말 객관적인가?', '나는 이 정보를 왜 믿고 싶은가?', '이와 반대되는 의견은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길들여지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특정 프레임에 갇힐 수 있습니다. 눈앞의 정보가 너무나도 '진실'처럼 느껴진다면, 잠시 눈을 감고 '나는 무엇을 보고 싶은가?'를 먼저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질문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안의 '확증편향'과 '사회적 전염'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체적인 생각의 힘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이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