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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발행 2026-10-14
한겨레 사회

좋아요에 팔린 신념, 인지왜곡의 덫

좋아요에 팔린 신념, 인지왜곡의 덫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며, 우리 마음속에서 '신념'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견고한 것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우리의 시선과 목소리를 바꾸는 것은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했던 일이 점차 외부의 보상에 의해 그 방향을 틀어버리는 경우 말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제시한 '자기결정이론'은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동기는 크게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나뉩니다. 내재적 동기는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반면, 외재적 동기는 보상이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유발됩니다. 처음 힙합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콘텐츠를 만들던 이들은 아마도 내재적 동기가 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좋아요'나 '구독자 수',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이라는 외재적 보상이 강력해지면서 동기의 순수성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림을 그릴 때마다 칭찬과 사탕을 주니 어느새 칭찬과 사탕을 받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내재적 동기가 외재적 동기로 대체될 때, 우리는 본래의 즐거움과 자율성을 잃고 외부 보상에 종속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동기 변화는 종종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바로 '인지왜곡'이라는 현상입니다. 인지왜곡은 아론 벡(Aaron Beck)이 제안한 개념으로, 개인이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는 사고 패턴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극우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실이 기존의 힙합 정신이나 개인의 신념과 충돌할 때,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충돌을 해소하려 합니다. '나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뿐, 내 신념은 변치 않았다'고 합리화하거나, '어차피 모두가 돈을 좇는 세상인데, 나라고 다를 바 없다'며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내가 만드는 것 아니냐'며 책임을 전가하는 '타인 탓하기'와 같은 인지왜곡을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주인공 조던 벨포트가 돈과 성공을 좇아 점차 윤리적 기준을 무너뜨리고 자기 합리화에 빠져드는 과정은 우리의 '신념의 가격표'가 얼마나 유혹에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타협이었을지 몰라도, 반복되는 보상과 자기 합리화 속에서 개인의 가치관은 점차 왜곡되고 새로운 '가짜 신념'이 진짜처럼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신념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이 심화되기 쉽습니다. 힙합 계정들이 극우 콘텐츠를 통해 팔로워를 늘리는 것은, 자신들의 행동이 옳다는 사회적 증거로 작용하며 인지왜곡을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습니다. 돈이라는 외재적 보상과 집단의 지지라는 사회적 보상이 맞물려, 한때의 '신념'은 그저 '잘 팔리는 상품'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디까지가 나의 '진정한' 목소리이고, 어디부터가 '좋아요'와 '수익'이라는 외재적 보상에 의해 변질된 것일까요? 이 질문은 비단 콘텐츠 창작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 혹은 경제적 이득 앞에서 우리의 진정한 가치와 신념을 얼마나 자주 저울질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좋아요'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 '좋아요'가 타인의 신념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쯤 깊이 성찰해 볼 때입니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