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THE MIND GAZETTE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10월 16일 금요일
발행 2026-10-15
경향 문화

'내 편'이라 믿었던 알고리즘의 배신

'내 편'이라 믿었던 알고리즘의 배신
SNS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게시물에 화가 나서 댓글을 남겼는데, 비슷한 게시물이 자꾸 나타나는 경험, 우리 모두 해봤을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싫어요'를 표한 것을 '관심'으로 오해하고, 결국 우리는 보고 싶지 않은 것들에 더 많이 노출되는 역설을 경험합니다.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많았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가 '객관적'이라 믿었던 숫자들이 사실은 우리 마음의 '주관적' 편향을 강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아닐까요. 우선, 우리는 알고리즘의 이런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기본적인 '귀인 오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귀인 오류'란 우리가 어떤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적 요인보다 행위자의 내적 특성이나 의도로 돌리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사회심리학의 선구자인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는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려 할 때, 그 행동의 원인을 '내부적' 요인(성격, 의도)과 '외부적' 요인(상황) 중 어디에 돌릴지 결정한다고 보았지요. 알고리즘의 경우,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댓글을 남겼음에도, 알고리즘은 그것을 '관심'이라는 내부 동기로 귀인하는 것입니다. 즉, '이용자가 이 콘텐츠에 시간을 썼으니 관심이 있다'고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이죠. 마치 길을 가다 넘어진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원래 칠칠치 못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바닥이 미끄러웠을' 상황적 요인이 더 컸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복잡한 감정 상태나 미묘한 의도를 파악하기보다는, 단순한 '행동' 자체에 초점을 맞춰 '관심'이라는 하나의 내적 동기로 섣불리 단정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우리의 '확증편향'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습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에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자 피터 워슨(Peter Wason)의 실험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정보만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우리 인간은 본래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관련 뉴스를 찾아보면, 알고리즘은 그 견해를 지지하는 뉴스를 계속 보여주며, 다른 관점은 차단하는 식입니다. 이는 마치 거울의 방에 갇힌 것처럼,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들고, 결국 세상의 다양한 면모를 놓치게 만듭니다. '내 생각'이 '진리'라고 믿게 만드는 '에코 챔버'에 스스로를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이러한 반복적인 노출은 우리의 '인지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지왜곡'은 아론 벡(Aaron T. Beck)의 인지 치료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비합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사고 패턴을 말합니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에코 챔버'는 우리의 특정 인지왜곡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국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특정 주제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계속 접하면, 그 사람은 자신의 비관적인 예측이 '사실'이라는 왜곡된 믿음을 강화하게 됩니다. '나는 항상 불운해'라는 생각에 알고리즘이 불운한 소식만 가져다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필자 역시 어떤 날은 유독 안 좋은 뉴스만 눈에 띄어 세상이 온통 부정적으로 보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혹시 알고리즘이 내 기분을 읽고 안 좋은 것만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사실은, 이미 부정적인 정보에 몰입된 '내'가 그것을 더 잘 인지하고, 알고리즘은 그 '내'가 보인 미세한 '관심'에 반응했을 뿐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알고리즘의 편리함 속에서, 때로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조작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 잊곤 합니다. '객관적'이라 믿었던 숫자들이 사실은 우리의 '주관적' 편향을 강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이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전부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가 선택한 거울에 비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