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연구소 · my-mind.kr진성오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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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의 뉴스

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발행 2026-10-19
경향 문화

'노래하다 울컥', 그 순간 우리를 하나로 만든 것

'노래하다 울컥', 그 순간 우리를 하나로 만든 것
최근 한 공연장에서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 씨가 10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중, 그는 갑자기 울컥하며 노래를 멈췄다고 합니다. 그 순간, 관객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목소리로 노래를 이어 불렀고, 공연장은 뜨거운 감동으로 가득 찼습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며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어떤 '마법' 같은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두가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되는 경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우리는 살면서 가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어떤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 주변의 소음도, 심지어 배고픔이나 피로감조차 잊어버리는 그런 상태 말입니다. 헝가리계 미국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러한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몰입은 우리가 어떤 활동에 고도로 집중하고 능숙하게 수행하며,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과제에 녹아드는 느낌이랄까요. 이석원 씨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다 울컥한 순간, 그리고 이내 다시 노래를 이어가려 애쓰던 그 순간은, 아마 그 자신도 깊은 '몰입' 상태에 있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면서, 그는 가수로서의 정체성과 과거의 자신, 그리고 현재의 감동이 뒤섞이는 경험을 했을 터입니다. 필자 역시 글을 쓰거나 상담에 깊이 빠져들 때면,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듯한 기쁨과 함께,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낍니다. 하지만 이석원 씨의 공연이 특별했던 것은 그만의 '몰입'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노래를 멈추자, 관객들이 일제히 그의 노래를 이어 불렀다는 점이 압권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 현상의 강력한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전염'은 감정이나 행동, 심지어 태도까지도 한 개인에서 다른 개인으로, 그리고 집단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마치 하품이 전염되듯, 누군가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웃게 되듯,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우리 공동체 안에 퍼져나갑니다. 이석원 씨의 눈물은 단순히 그의 개인적인 감정 표현을 넘어, 관객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이석원 씨의 음악과 함께한 지난 시간, 그의 고뇌, 그리고 다시 무대에 선 용기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떼창'이라는 형태로 표출했습니다. 이는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날갯짓을 시작하면 수많은 새들이 함께 군무를 펼치듯, 한 사람의 진심이 수많은 마음을 움직여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물결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을 향한 학생들의 책상 위 침묵 시위처럼,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강력하게 전달되는 연대감과 감정의 공유가 이루어진 것이지요. 우리는 왜 이토록 타인의 감정에 쉽게 동화되고, 함께 울고 웃으려 할까요?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본질적으로 '연결'을 갈망하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면을 쓰고 완벽한 모습만을 보이려는 현대사회에서, 한 인간의 솔직한 '취약성(vulnerability)'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이석원 씨의 울컥함은 계산되지 않은 진심이었고, 그 진심은 관객들의 마음속 깊이 가닿아 그들 안에 잠재된 감정들을 깨웠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우리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구나' 하는 집단적 공감은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집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여유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석원 씨의 공연이 보여주었듯, 진정한 감정의 교류는 우리를 더 깊이 연결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오늘 하루, 우리 주변의 작은 감정의 물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때로는 용기 있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진정한 감정은 우리를 더 깊이 연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