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부정행위', 그 마음의 그림자

서울의 한 대학에서 비대면 중간고사가 치러진 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되어 수백 명의 학생들이 대면 재시험을 치르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AI로 문제 캡처 후 99점'이라는 한 학생의 글이 발단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필자는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윤리적 도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단순히 몇몇 학생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이면에는 인간 본연의 심리적 경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인지적 구두쇠'처럼 행동하곤 합니다. 이 개념은 인간의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가능한 한 최소한의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는, 손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을 택하려는 마음이 우리 안에 늘 존재한다는 것이죠. 인공지능은 바로 이러한 '인지적 구두쇠' 경향에 더없이 매력적인 도구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복잡한 시험 문제 앞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탐구하는 대신, AI에게 질문 하나 던지는 것으로 순식간에 '정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더 나아가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 전염'의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사회적 전염'이란 특정 행동이나 감정, 심지어 신념까지도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 내에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한두 명이 부정행위를 통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목격하면, 다른 학생들은 '나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라고 안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마치 한두 명이 길을 건너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뒤따라 건너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집단적 압력이나 모방 심리는 개인의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결국 부정행위를 일종의 '사회적 규범'처럼 여기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한 '아노미' 현상처럼, 기존의 규범이 흔들리고 새로운 (부정적인) 규범이 은밀하게 자리 잡는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뒤에는 '귀인 오류'라는 심리적 방어 기제가 따라붙기 쉽습니다. '귀인 오류'는 어떤 사건이나 행동의 원인을 판단할 때, 상황적 요인보다는 행위자의 내적인 특성이나 성격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거나 그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은 아마도 자신의 행동을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교수님이 불공정해서', '다른 친구들도 다 하니까'와 같은 외부적 요인 탓으로 돌리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그들을 '게으르거나' '부도덕한' 사람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원인을 해석하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들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진정한 반성과 해결책 모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몇몇 학생을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고 빠른 길만을 추구하는 '인지적 구두쇠'의 유혹과, 그릇된 행동조차도 '사회적 전염'으로 번지게 만드는 집단 심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합리화하려는 '귀인 오류'의 덫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진정한 '자기효능감'은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지, 손쉬운 방법으로 얻은 결과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용기가 필요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눈앞의 이득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용기.